하늘이 눈부시게 푸르다. 태풍이 스치고 간 뒷자리여서인지 푸르름의 순도가 더하다. 하늘을 잊고 살던 사람들은 쏟아지는 가을하늘의 푸르름에 어찌 할 바를 모르고 탄식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하늘의 푸르름은 우주의 심연을 보는 듯하다. 모처럼 일상에서 물러나 하늘가에 걸터앉아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의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 본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서정주의 ‘푸르른 날’) 잠시 시인이 된 듯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눈이>
■ 하늘은 왜 푸른가.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오랜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론을 내세워 입증하려 애썼다. 르네상스시대의 대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대기 중의 미세하고 혼탁한 물체에 의한 반사로 푸른 빛이 생긴다고 주장, 현대적인 입장에 가장 가까운 이론을 제시했다.
뉴턴은 물방울 같이 투명한 물질로 이뤄진 얇은 막에서 빛이 반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으나 대기 상층부에 물방울 기포가 존재하지 않음이 밝혀져 힘을 잃었다. 괴테는 사람들의 머리 속이 혼동을 불러일으켜 하늘이 푸르게 보인다고 주장했다.
■ 1850년대부터 굴절과 반사로 설명하려는 기존 이론과 다른 주장이 나타났다. 미립자 산란에 의해 하늘이 푸른 이유를 설명하려는 것으로, 영국의 존 틴들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하늘이 푸른 현상을 실험실에서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대기중 미립자에 의한 빛의 산란현상을 ‘틴들효과’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실험 결과를 영국의 과학자 존 윌리엄 스터럿(3대 레일리 경)이 이론으로 확립하고 증명했다. 레일리는 나중에 먼지 수증기 등 부유물질이 없어도 산소와 질소 같은 대기분자들에 의한 산란으로도 하늘이 푸르게 보임을 증명했다.
■ 태양빛이 대기중을 통과할 때 파장이 짧을수록 산란현상이 더 강하다는 것이 산란이론의 핵심이다. 파장이 짧은 빛(푸른 빛)의 산란율이 붉은 빛의 6배가량 높기 때문에 하늘이 푸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해질 무렵과 해뜰 무렵 하늘이 붉은 것은 태양빛이 먼 거리를 통과하면서 푸른 빛은 거의 다 흩어지고 지구에 도달하는 빛은 붉은색이나 주황색만 남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자동차 브레이크 등이 붉은 색인 것도 산란율이 낮은 것을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복잡한 과학이론을 떠나 가을 하늘의 푸르름 속으로 한번 빠져보자.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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