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새벽 입적한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法長) 스님의 법구(法軀ㆍ시신)가 12일 동국대 일산병원에 기증됐다. 일산병원은 이날 오후 스님의 법구에서 심장, 신장, 안구, 팔뚝뼈 등을 적출했다.
이석현 동국대 의료원장은 “입적 후 시간이 다소 흘러 팔뚝뼈를 제외하고는 이식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팔뚝뼈 이외의 적출 장기는 잘 보전했다가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데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스님의 법구 기증은 법장 대종사 장의위원회와 문도회(스님이 출가한 수덕사 소속 스님들의 모임)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법장 스님이 1994년 장기 기증 운동 단체인 생명나눔실천본부를 창립했으며 불자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각막, 장기, 시신 기증을 서약한 점을 들어 이 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15일 오후 3시 수덕사에서 봉행키로 한 다비식은 열리지 않게 됐다. 다비식 없이 치러지는 영결식은 종단장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문도회 대표 설정 스님은 “몇몇 스님이 반대했지만 마지막 남은 시신마저 남김없이 중생에게 내놓겠다는 스님의 뜻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며 법구 기증의 배경을 소개했다.
장의위원회는 “스님이 평소 생명의 가치를 존귀하게 생각했었고 6월에는 생명 윤리 문제로 곤란을 겪던 황우석 서울대 교수를 방문, 불치병 환자에게 새 생명을 주려 한다며 노고를 치하했었다”며 “이번 일이 생명 나눔 운동이 널리 확산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의위원회는 영결식이 열리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조문 접수처에 스님과 신도들이 장기 기증 서약에 동참할 수 있도록 창구를 개설, 운영키로 했다.
■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
한편 정부는 12일 법장 스님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1등급)을 추서키로 결정했다.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은 13일 오후 2시 법장 스님의 분향소가 마련된 조계사를 방문, 훈장을 전수할 예정이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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