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집안이 마침내 대를 잇게 됐다. 지난해말 늦장가를 들었던 장남 지만(47)씨의 부인 서향희씨(31)가 12일 새벽 서울 강남 차병원에서 3.58㎏의 아들을 자연분만했다. 지만씨는 지난해 12월 변호사 서씨와 화촉을 밝힌 지 10개월 만에 아빠가 되는 기쁨을 안았다.
박 전 대통령과 부인 고 육영수 여사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근령(서영에서 개명) 육영재단이사장, 지만씨 등 1남2녀를 두었다. 하지만 막내인 지만씨가 결혼하기 전까진 모두 독신으로 살아 주변에서 “대가 끊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않았다. 박 전 대통령과 전처 김호남씨 사이에 태어난 딸 재옥 씨가 한병기 전 국회의원과 결혼해 자녀를 두긴 했지만 외손자이다.
그런 탓인지 이날 지만씨는 물론 박 대표도 하루종일 어쩔 줄 몰라 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박 대표는 아침에 상임운영위 참석을 위해 국회로 출근하던 중 예정일보다 1주일 먼저 세상에 나온 장조카의 탄생 소식을 전해 들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장조카를 보고싶은 마음에 박 대표는 회의를 주재한 지 얼마 안돼 “강남에 중요한 약속이 있어 먼저 일어나야겠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당직자들은 박 대표가 회의 내내 조바심을 내던 이유에 대해 의아해 하다 뒤늦게 유승민 대표비서실장으로부터 자초지종을 전해 듣고 일제히 환호했다.
박 대표는 꽃다발을 들고 병원에 달려가 동생 지만씨와 올케 서씨 손을 잡고 몇 번이나 “축하한다”며 기뻐했다. 30여분 동안 병원에 머물며 꿈에 그리던 장조카를 직접 본 박 대표는 “신기하게도 아빠와 엄마를 꼭 반반씩 닮았다”며 첫 소감을 말했다.
박 대표는 병원을 나선 뒤에도 비서진 등 축하인사를 건넨 사람들에게 일일이 손으로 아이의 모습을 그려가며 “아기가 요만한데 너무 이쁘더라”고 설명하는 등 시종 들떠 있었다.
박 대표는 이어 열반한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의 빈소를 찾은 뒤 국회로 돌아와 기자들에게 “집안에서 오랫동안 기다렸던 아기가 태어나 너무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산모도 건강해 너무 다행”이라며 “아기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기자들이 아이 이름을 묻자 “아직 짓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측근은 “박 대표가 기뻐하면서도 문뜩문뜩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며 “감회가 남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믿었던 사람들마저 등을 돌리고 집안 기둥인 지만씨마저 한때 마약에 손을 대는 등 방황했던 고통스런 가족사가 교차됐을 것이란 설명이었다.
박 대표는 이날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다 “부모님께서 살아계셨더라면 이 세상의 무엇하고 바꾸지 못할 만큼 기뻐하셨을텐데…”라며 “그분들을 대신해서 많은 분들이 축하와 축복의 글을 보내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우리 가족의 가슴을 환하게 해준 조카가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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