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힙합 음악계에 한 ‘사건’이 있었다. 타이거 JK(서정권ㆍ31)의 홈페이지에 후배 힙합가수 주석이 ‘타이거 JK가 힙합 가수들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는 긴 비판의 글을 올렸다.
둘은 국내 힙합계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무브먼트’와 ‘마스터플랜’을 각각 대표하는 뮤지션. 결국 ‘사람들의 말만 듣고 오해한 것 같다’는 주석의 사과를 그가 받아들이는 것으로 일단락 났지만, 힙합계의 맏형으로 불리는 그는 큰 상처를 입은 것 같다. 게다가 함께 드렁큰타이거를 이끌어 온 DJ 샤인이 빠진 채 혼자 6집 음반 ‘1945 해방’을 내고 활동을 재개하려던 시기라 더욱 그랬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인종 차별적 내용으로 가득찬 아이스 큐브의 곡에 대항하는 ‘Call Me Tiger’를 불러 울분을 토했고, 1999년 1집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를 내며 데뷔한 그는 가장 대중적인 힙합 가수다. 애초에 미국 본토 랩을 선보였다 해서 주목을 받았지만 점차 그것을 한국 정서와 결합해 한국적 랩을 정착시킨 것도 그다.
그러나 편견은 끊이지 않았다. 1집 때는 영어로 노래하는 ‘양아치’ 취급 받았고, 한국 정서에 맞춰 멜로디가 살아 있는 힙합을 하자 사람들은 “너무 대중적”이라고 비판했다. 양동근, 다이나믹 듀오, T(윤미래), 리쌍 등 음악적 교류집단인 무브먼트 식구들이 대거 참여한 5집 당시에는 “세 과시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이번 6집 앨범의 타이틀을 ‘해방’으로 정한 것도 오해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어요. 힙합 뮤지션을 곱지 않게 보는 어른들도 저는 예외로 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지 제가 오래 활동했기 때문이죠. 그로 인해 받는 시기 질투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이번 음반으로 그는 혼자 섰다. T, 다이나믹 듀오, 윈디 시티 등이 일부 참여하긴 했지만 거의 홀로 작업했다. 사회에 괜한 날을 세우고 철부지처럼 비방만 하던 때와도 다르다. 타이틀곡인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보 앞으로!’도 사회의 마이너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고 있다.
“오만하게도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고 한 적도 있었죠, 저항심으로 가득해 세상의 나쁜 것만 보였던 적이 있어요. 조금 나이가 드니 자연스레 세상이 보이고 곡의 소재도 일상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으로 바뀌더라구요”라고 했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내가 나서 힙합계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우리끼리 싸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제가 비교적 팬 층이 두텁다 해도 열 번 무대에 서면 일곱 번은 썰렁해요. 할머니도 듣고 어린이도 듣는, 모두 듣는 힙합이 되려면 아직 멀었잖아요?”
최지향 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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