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에서 내신성적 부풀리기가 여전하다고 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 일반계 고교 1학기 성적을 조사한 결과, 3학년은 절반 이상, 2학년은 40%가 성적을 뻥튀기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왔던 문제를 다시 출제하거나 출제문제 미리 알려주기, 정답 가르쳐주기 등의 갖가지 수법이 동원됐다. 사실상의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고교와 교사들은 지금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다. 학생들의 성적을 좋게 하면 학교와 교사들에게 당장은 유리할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는 내신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켜, 내신비중을 줄이거나 본고사를 실시하자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대입전형의 주도권이 고교에서 대학으로 넘어가 교사들의 권한은 더욱 위축되게 마련이다. 교사보다 학원선생을 대접하는 풍토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등 공교육은 끝없이 황폐화할 수밖에 없다.
내신 반영비율이 높아지는 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시는 더 문제다. 물론 새 대입제도 적용을 받는 1학년의 경우 내신 부풀리기가 25%로 비교적 덜하다고 하나 내신불신이 사라질 정도는 아니다. 자칫하면 올해 초 같은 파문이 재연될 소지가 다분하다.
교육당국의 역할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각 시ㆍ도교육청은 고교의 내신관리 실태를 지속적으로 지도 단속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이번 결과를 보면 공염불이었음이 드러났다.
연구 및 시범학교 지정 제외, 각종 시설비 지원 삭감 등의 솜방망이 제재도 내신 부풀리기 유혹을 떨쳐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내신 뻥튀기를 범죄에 준하는 행위로 간주해 해당 고교와 교사를 엄중 문책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내신의 공정성은 현행 입시제도와 교육정책의 골간을 이루는 핵심요소다. 따라서 교사들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내신의 공정성과 신뢰성 회복이다. 일선 고교와 교사들의 명예가 여기에 걸려있음을 새삼 깨우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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