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빈 검찰총장이 13일 안기부 ‘X파일’과 274개의 도청테이프, 삼성그룹의 1997년 대선자금제공 의혹 등 검찰의 수사현안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7월 하순 수사에 착수한 이래 검찰총장이 일목요연하게 검찰의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김 총장은 이날 울산지검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도청테이프의 내용 공개 여부에 대해 “사생활 및 통신비밀 보호는 알권리 등의 이유로도 침해할 수 없는 국민의 본질적 기본권”이라며 “테이프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고 현행법(통신비밀보호법)에도 저촉되는 만큼 곤란하다”고 불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도청테이프 내용에 대한 수사 여부와 관련, “수사를 하면 결국 내용이 공개돼 법을 어길 여지가 있다”고 전제한 뒤 “증거로 쓸 수 없으니 수사 단서로도 쓰면 안 된다는 견해와 증거 여부와 달리 수사 단서로는 쓸 수 있으니 국가적 이익을 고려해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서는 “수사가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역시 공존하는 한편으로 다른 테이프 내용 수사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반면 삼성 건은 참여연대 고발 사건이고 98년 세풍 수사에서 이미 별도의 단서가 나왔으므로 수사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시 모든 사정을 고려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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