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신라호텔 2층에 마련된 삼성전자 ‘세계 최초 16기가비트(Gb)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개발’ 발표회장은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100여명의 내외신 기자는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을 따라 다니며 말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보기술(IT)산업의 판도를 예측하기 위해 전 세계가 마이크로소프트사 빌 게이츠 회장의 발언에 이목을 집중했던 것처럼 향후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읽으려는 세계의 관심이 삼성전자의 발표 내용에 쏠린 것이다.
황 사장의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시간에도 ‘인텔은 언제 따라 잡을 수 있나’, ‘일본 도시바보다 어느 정도 기술적으로 앞서 있나’, ‘플래시 메모리가 하드디스크를 완전 대체하는 시기는 언제인가’ 등의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세계의 기대에 부응하고도 남았다. 황 사장은 “세계 최초로 50나노 공정을 적용해 세계 최대 용량의 16Gb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32기가바이트(GB)의 메모리카드 제작이 가능해 한 장의 메모리 카드에 일간지 200년 치나 DVD급 영화 20편, 또는 MP3 음악파일 8,000곡을 저장할 수 있게 됐다.
황 사장은 이번 제품 개발을 2,000여년 전 인류의 종이발명에 빗대 ‘디지털페이퍼시대’가 열린 것으로 평가하면서 향후 폭발적인 반도체시장 성장을 예견했다.
16Gb 플래시 메모리는 1개의 반도체 칩에 164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것으로, 1958년 5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반도체 칩이 처음 나온 이래 47년 만에 30억 배 성장했다.
이와 함께 황 사장이 2002년 ‘국제 반도체학회(ISSCC)’에서 발표한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커진다’는 ‘황의 법칙’이 6년째 입증됐다는 의미도 크다. 황의 법칙은 반도체의 집적도가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고 주장한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의 ‘무어의 법칙’을 6개월 앞당긴 것으로, 삼성전자 기술진의 세계적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플래시 메모리는 1999년 256메가비트(Mb) 개발을 시작으로 매년 정확히 2배씩 증가해 왔다. 또 이를 가능케 하는 공정기술도 2001년 처음 100나노에 진입한 이래 2002년 90나노, 2003년 70나노, 지난해 60나노에 이어 5년 연속 세계 최초를 달리고 있다.
황 사장은 “현재 기존공정기술을 혁신하는 ‘3차원(3D) 구조’기술을 개발 중이며 이를 통해 내년 32Gb, 2007년 64Gb 플래시 메모리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며 향후 메모리 신성장이 계속될 것을 예고했다.
내년 말 양산에 들어가 2007년 하반기 시장 주도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16Gb 플래시 메모리의 시장 규모는 140억 달러로 추정되며, 50나노 공정기술은 300억 달러의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황 사장은 “메모리의 신성장은 주변 IT산업으로 확산돼 하드디스크 용량, 카메라 화소 등도 1년에 2배씩 커지는 ‘반도체 신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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