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인천 자유공원 진입로에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려는 진보단체와 이를 저지하려는 보수단체 회원 수천명이 모였다. 막말이 오가고 달걀과 물병을 주고 받는 몸싸움 속에 공원의 꽃과 나무는 짓밟혔다.
나들이 나온 시민들은 휴일의 난장판을 총총 빠져나갔다. 시민들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왜 죽은 맥아더의 동상을 놓고 이땅에서 사생결단을 벌여야 하는지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이었다.
애당초 대화나 타협은 없었다. 서로를 헐뜯기에 급급했다. 보수단체는 진보단체를 “의식화된 빨갱이”, 진보쪽은 보수쪽을 “미국의 깜둥이 노예”라고 비난했다. 상대의 주장을 찬찬히 듣고 따지려는 자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귀는 닫고 입만 연 형국이었다.
결국에는 증오의 감정이 불붙었다. 한총련 대학생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전경 버스 지붕에서 떨어지자 보수단체 회원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진보단체 회원들은 호루라기를 불며 항의하는 황해도민회 노인들을 향해 “더운 날씨에 기력이 다해 쓰러질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마치 앞만 보고 질주하는 경주마처럼 스스로 제어를 하지 못하던 양측은 경찰에게 애꿎은 화풀이를 쏟아냈다. 보수진영은 “우리는 소수이며 경찰의 탄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보진영은 무리하게 동상 쪽으로 진입하려다 부상자가 발생하자 “폭력경찰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 뒤부터는 구호마저 사라진 아수라장이 됐다.
밤이 깊어서야 자유공원의 고성은 겨우 사라졌다. 하지만 양측의 소모전이 더 깊은 감정의 골을 남겼을 것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리고 엉망진창이 된 공원을 바라보며 시민들은 또 말한다. “왜 그토록 싸우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김광수 사회부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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