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 기내식 담당자가 와인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인공은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본부에서 와인 및 음료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방진식(54) 차장. 그는 1981년 입사 이후 줄곧 기내식 업무만 맡아온 기내식 분야의 베테랑으로, 그 동안 3,000여 점의 와인 레이블을 수집할 정도로 와인에 매료된 ‘와인 마니아’이다.
방 차장은 경기대 대학원에서 외식조리관리를 전공하면서 ‘와인 소비자의 구매 의사 결정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우리나라 와인수요 예측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와인학 전공이 개설돼 있지 않아 관광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방 차장이 와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88년부터 90년까지 프랑스에서 근무를 하면서부터. 그는 대한항공이 기내에서 서비스할 와인 샘플을 프랑스에서 수집해 한국으로 보내는 업무를 맡게 되면서 와인의 매력에 빠졌다.
와인에 대한 방 차장의 탁월한 안목 덕분에 대한항공은 2002년 뉴욕에서 개최된 항공사 와인경연대회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고, 2003년에는 화이트와인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어쩌면 방 차장은 와인과 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경북 포항에서 포도밭을 하던 집안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고, 어렸을 때부터 포도와 함께 생활했기 때문이다.
그는 기내식 개발 업무 외에도 와인 및 음료 개발과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와인 강의도 맡고 있다. 또 2002년과 2003년에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 푸드스타일리스트학과의 겸임교수를 지내기도 했으며, 현재 국내 최초로 프랑스 보르도와인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일반석에는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비즈니스석 이상에는 샴페인 와인,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 강화 와인 등 4종류의 와인을 제공하고 있다.
방 차장은 “통상 기내식 맛이 강한 경우에는 향이 풍부한 와인을, 음식이 부드러우면 향이 적은 와인을 고르는 게 좋다”며 “일반적으로 과일향이 풍부한 화이트 와인이나 떫은 맛이 덜한 레드 와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요령”이라고 말했다.
방 차장은 “승객들이 보다 즐겁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기내식 와인을 개발하는 것과 한국 전통주와 와인을 비교 연구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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