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82) 전 한보그룹 회장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대학의 공금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세 체납액(2,440억원) 1위이자 수서, 한보 사건 등으로 이미 두 차례 실형을 살고 지병을 이유로 2002년 특별사면된 정씨는 결국 세 번째 법정에 서게 됐다.
대검 중수부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이명재 반장)은 정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사립학교법 위반 등 혐의로 최근 불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한보철강 재인수 등 ‘재기’를 위해 횡령을 마음먹었다. 그는 은행 빚 상환을 위해 경매가 진행중이지만 아직 자신이 소유권을 갖고 있는 서울 대치동 은마상가의 빈 사무실에 대학 기숙사를 짓는다는 명목으로 돈을 빼돌렸다.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보학원 산하 강릉영동대에 지시, 간호학과 학생들의 서울 임상실습 숙소를 상가에 짓는다며 부풀려진 가짜 임대계약을 맺고 2003년부터 2년 여간 72억원을 횡령했다.
정씨는 이 과정에서 교비전용을 반대하던 대학 이사장을 교체했다. 구청에서 용도변경이 거부됐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가 기숙사 시설에 들인 돈은 3억원이 전부였지만 막대한 교비를 정씨에게 뺏긴 강릉영동대는 현재 직원월급도 주기 어려운 형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횡령 자금을 세탁해 개인은닉(27억원)하거나 자신 소유 회사의 운영경비(20억원), 소송비(10억원) 등으로 썼다. 일부는 고 정주영씨 소유였던 서울 가회동 저택의 임차료(4억 8,000만원)와 계열사 임직원으로 허위등재한 가족들 월급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검찰은 정씨와 함께 범죄에 가담한 정씨의 조카 하모(39)씨를 구속 기소하고 계열사 대표 이모(65)씨와 강릉영동대 윤모(52) 학장은 불구속 기소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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