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엄마 얼굴에 절망 대신 웃음을 가져 다 주는 걸 보고 느꼈어요. 병보다는 병든 마음을 먼저 치유하는 게 우선이라고….”
12일 오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한국중등교육협의회가 주최한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 시상식에서 으뜸상인 친선대사상을 받은 김미영(18ㆍ광주예고 2)양은 수줍게 웃으며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한때 교통사고로 식물인간 상태까지 갔던 어머니 박미옥(42)씨가 객석에서 대견한 표정으로 박수갈채를 보냈다.
박씨가 사고를 당한 것은 김양이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1997년. 기적적으로 깨어나긴 했지만 1년은 누워서, 1년은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다. 엄마를 보러 국립재활원에 갔던 김양은 엄마의 환한 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독한 우울증을 앓던 엄마가 반신불수 환자들과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음악치료 덕택이었다. 그저 노래하고 박수치는 행위가 웃음을 되찾아준 것이다.
김양은 그 때 결심했다. “치료를 의사만 하는 게 아니구나. 마음을 만져 주는 건 나도 할 수 있을 거야.” 김양에겐 초등학교 1학년부터 갈고 닦아온 판소리라는 재능이 있었다.
국악을 전공하는 친구들 예닐곱을 모아 학교 근처 요양원을 찾았다. 처음엔 판소리와 타령에 ‘귀따갑다’ ‘시끄럽다’며 고함을 치는 사람도 있었다. 잠깐 움찔했다가도 구수한 남도 사투리를 써가며 살갑게 군 덕에 점차 박수를 치며 따라 부르는 이들이 늘어갔다.
“진도 아리랑하고 통영 개타령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요. 흥이 나서 덩실덩실 춤추시는 분들을 보면 저희 마음도 함께 행복해지죠.” 김양은 지금까지 세실리아 요양원, 막달레나의 집 등 광주 일대 9군데의 노인ㆍ시각장애인 요양원을 다니며 봉사활동을 펼쳤다. 가야 할 곳이 늘어나며 일정도 점점 바빠졌지만 ‘행복한 고민’이라고 느꼈다.
“음악이 엄마를 살려 줬으니 ‘판소리 음악치료사’가 되어 아픈 이들에게 보은(報恩)을 하려해요.” 김양은 시상식 후 단상에 올라온 어머니를 끌어 안으며 이렇게 말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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