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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경기 르포/ 남대문·동대문 등 재래식 시장 "이렇게 장사 안되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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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경기 르포/ 남대문·동대문 등 재래식 시장 "이렇게 장사 안되긴 처음"

입력
2005.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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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가 잘 돼서 축제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죽 장사가 안 되면 ‘제발 좀 잘 돼라’고 축제를 열겠습니까.”

추석을 엿새 앞둔 12일 서울 남대문시장 앞에는 ‘2005 남대문시장 한가위 대축제’를 알리는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축제는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걷어 마련했다.

이 축제는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매년 열리다가 지난해 중단됐다. 남대문시장 상인연합회 백승학 부장은 “축제를 열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남대문 시장을 더 찾을까 해서 계획한 것”이라며 “시장 사정은 지난해보다 더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시장 상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축제가 열리는 곳에서 30m 떨어진 곳에서 생선 노점을 하고 있는 이모(70ㆍ여)씨는 “저렇게 한다고 사람들이 할인점 안 가고 시장에 와서 물건을 사겠느냐”며 “30년째 시장에서 생선을 팔고 있지만, 추석 때 이렇게 장사가 안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장안상사’ 배종만 사장은 “작년만 해도 기업에서 홍삼절편과 한과 등 선물세트를 30~40개씩 주문해왔는데, 올해는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주문도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건어물을 파는 김모(58)씨는 “아예 추석 제수용품은 준비도 안 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 경기가 썰렁하기는 도매상가가 밀집한 동대문시장과 가락동 농수산물시장도매시장, 국내 최대 건어물시장인 중부시장도 마찬가지다.

동대문에서 10여년째 의류 도ㆍ소매업을 하고 있는 김모(50)씨는 “재래시장의 대목 경기가 사라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특히 올해는 추석 연휴가 예년보다 빠른데다 날씨까지 더워 추석 빔으로 준비한 가을 옷 수요가 전혀 없고 지방에서 물건을 대형으로 떼가는 사람들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L상회 이모(47)씨는 “태풍 영향으로 사과 배 등 제수용 과일 값이 많이 올랐다”며 “가격을 맞추려다 보니 중ㆍ저가 쪽으로만 손을 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과 할인점의 추석 경기는 재래시장보다 다소 나은 상황이지만 대목 경기를 찾아보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경기 부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판매단가가 떨어져 올 대목 매출 목표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날 서울 충무로 신세계 본점 식품 매장 선물 세트 접수대에는 10여명의 소비자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을 뿐 한산한 분위기였다. 한 주부는 “지난해에는 전단 등 광고를 보고 집에서 미리 선물을 정했는데, 올해는 여러 번 가격 비교를 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주문하는 선물도 지난해보다 단가가 10~20% 정도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 진창범 식품부문장은 “올해는 5만원이하 멸치 등 건어물 세트 매출이 지난해보다 120%이상 늘어날 정도로 실속형 선물에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11일까지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의 추석선물 세트 매출은 지난해보다 5~9% 신장했지만 객단가는 20~3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 강남점 식품팀 임대환 부장은 “지난달 말 실시한 예약판매 실적이 전년보다 매우 높게 나타나는 등 전반적인 분위기는 전년보다 나아졌지만 객단가는 20% 줄었다”고 말했다.

신세계 이마트 은평점 관계자는 “기업체 구매용으로 인기가 높은 멸치세트의 경우 지난해엔 3만원대가 주로 나갔지만 올해는 2만원이하 상품만 찾는다”며 “올 추석 선물 매출이 지난해보다 한 자릿수라도 늘어나면 다행”이라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인천남동공단 인근에 있는 롯데마트 연수점 관계자는 “전체 판매 물량의 절반이 법인 고객 주문인데 올해는 법인들이 주문 물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단가도 떨어졌다”며 “할인점 전체로 볼 때 작년보다 3~8%의 마이너스 신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추석 대목 실종은 한국은행이 추정한 올 추석 자금수요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한은은 추석 연휴가 지난해보다 하루 줄어든 데다 상여금 지급업체 수도 감소해 올 추석자금 수요가 작년(4조1,000억원)보다 3,000억원 감소한 3조8,0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조사결과 상여금 지급예정 업체의 비율은 61.1%로 작년보다 4.7%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혁기자 hyukk@hk.co.kr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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