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日총선 자민 압승/ "고이즈미, 너무 멋있잖아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日총선 자민 압승/ "고이즈미, 너무 멋있잖아요"

입력
2005.09.12 00:00
0 0

“초 갓코이이(너무 멋있어)!” 10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도심의 세타가야(世田谷)구 거리 유세장. 결전을 하루 앞두고 막판 유세에 나선 자민당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연단 위로 모습을 나타내자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도 시종일관 우정민영화에 대해서만 얘기했다.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을 왜 맡기면 안되나, 민주당은 개혁을 하자면서도 왜 우정개혁을 반대하나, 이번 선거는 개혁 찬성이냐 반대냐를 묻는 심판이다.” 총리가 목청을 높이자 “고이즈미 간바레(힘내세요)” “소리(총리) 간바레” 등 격려하는 환호가 일었다.

흥미로운 것은 고이즈미 총리가 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혁을 하려는 데 못하게 한다”는 메시지가 반복될 뿐, 2만5,000명의 공무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막대한 금융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청중도 궁금하지 않은 듯했다. 연신 카메라폰을 찍고 있는 젊은 여성들에게 “고이즈미 자민당을 지지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자객후보가 나오고, 너무 재미있어요”“일본에 꼭 필요한 개혁을 방해하면 안되잖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가족과 함께 유세를 지켜본 30대 남성(회사원)은 “신념을 위해 목숨까지 걸 것 같은 모습이 멋있게 보였다고”고 말했다. 남자 대학생은 “부패한 것 같은 자민당이 못마땅했는데 총리가 진짜 부셔버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부셔버린 뒤’일본의 모습이 어떻게 되는지 묻는 사람은 없었다.

다른 유세장도 비슷하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의 취재에 응한 도쿄 분쿄(文京)구의 중년 여성(45)은 “우정개혁의 내용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저 열심히 하는 총리의 모습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다른 지지자는 “고이즈미 총리를 보면서 드디어 일본도 서양과 같은 진짜 민주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가슴을 폈다.

단순하고 감성적인 고이즈미류(流) 정치의 매력에 일본인이 흠뻑 빠져들었다. 그 위력과 스피드에 야당은 속수무책인 듯했다. 에도카와(江戶川)구의 한 남성 유권자는 그래도 논리적인 편이었다. “일본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연금개혁이지요, 하지만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 (岡田克也) 대표는 성실해 보일 뿐 도무지 그걸 해낼 것 같지 않아요.”

고이즈미 돌풍은 일본의 전통적인 선거지형도 바꿔 놓았다. 도쿄도의 25개 소선거구 가운데 23개 선거구를 자민당이 차지한 사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야당의 아성이었던 가나카와(神奈川) 지바(千葉)현 등 교외의 베드타운 도시도 자민당에 넘어갔다. 요미우리 신문이 84개의 베드타운 선거구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3년에 33개 의석을 획득한 데 그쳤던 자민당이 이번에는 71석을 석권했다. 농촌에서 도시로 자민당의 표밭이 대이동을 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고이즈미 총리의 중의원 해산 한방으로 이 같은 변화가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도박은 대성공을 거뒀다. 과연 일본 유권자의 도박도 성공할 것인가.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 고이즈미 준이치로

나이 : 63세

키 : 169cm

몸무게: 60kg

혈액형 : A형 사냥자리

결혼 : 78년 36세 때 후쿠다(福田) 전 총리의 중매로 14년 연하 에스에스 제약 창업자의 딸과 결혼.

이혼 : 82년 합의이혼.

"결혼에 소요되는 에너지가 1이라면 이혼에 드는 에너지는 10 이상이다"

이혼 당시 아들 둘, 부인은 임신 6개월. 임신 중이던 셋째가 막내 딸로 퍼스트레이디 역.

요시다(吉田茂) 이후 최초의 독신 총리

학력: 게이오(慶應)대 재수해 입학, 영국 런던대 유학

별명: 헨진(變人ㆍ괴짜), 일언거사(一言居士), 원프레이즈 총리, 외로운 늑대

헤어스타일: 일명 라이온 머리, 평의원 시절부터 한 이발소에서 퍼머

취미:오페라 감상, 스키, 야구

가족관계: 할아버지 마타지로(又次郞) 2차대전 전 체신성 장관

아버지 준야(純也) 전 방위청 장관(69년 사망)

셋째누나 노부코(信子ㆍ69)가 정책비서이자 고이즈미의 정치적 스승.

자식 : 장남 고타로(孝太郞ㆍ78년생ㆍ배우) 등 2남 1녀

존경하는 인물: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여성관 :"이 세상에는 3 종류의 여성이 있다. 이야기를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여성, 이야기를 하면 알아듣는 여성,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여성이 그것이다"

좌우명 : 무신불립(無信不立·신념이 없으면 이루지 못한다)

좋아하는 가수 : 록밴드'X 저팬'

좋아하는 노래 : X 저팬의 히트곡인 '포에버 러브(Forever Love)'(자민당 CM송으로 할 만큼 애착)

팝송으로는 '러스티 네일(Rusty Nail)' '티어스(Tears)'

좋아하는 프로야구 구단: 요코하마 베이스타스(Baystars)

애독서 :'아! 동기(同期)의 사꾸라'(해군 비행예비학생 제14기가 가미가제(神風) 특공대에 관한 이야기를 모은 책)

▲ 경력

1942년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출생

67년 게이오대 경제학부 졸업

69년 중의원 보궐선거 낙선

72년 중의원 의원으로 정계입문 . 현재 11선, 후생상(최장수), 우정상 역임

95, 98년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 낙선

2001년 자민당 총재, 총리

2006년 4월5일부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의 1,806일을 넘어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에 이은 전후 3번째 장수총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