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회담 참석을 위한 출국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은 모든 핵 사업(Nuclear Business)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이점에 관한 미국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평화적 핵 이용권과 핵무기 개발 계획 사이에 구분을 두지 않는다는 의지를 담기 위해 ‘핵 사업’이라는 새로운 표현을 등장시켰다. 휴회 이전보다 미국의 입장이 상대적으로 강경해진 것 아니냐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힐 차관보의 기자회견에서 감지되는 이 같은 정황 때문이다.
힐 차관보는 이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에너지나 전기에 관한 것이라면 우리에겐 좋은 제안이 있다”면서 “북한은 약 2년반 또는 3년 내에 도시와 마을들에 공급되는 새로운 전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대북 전력지원 구상이 이 에너지 제안의 핵심적 내용임도 분명히 했다. 당초 한국의 구상을 다소 석연치 않게 바라보던 시각에서 탈피, 이를 북핵 해결의 결정적 기초로 활용하려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동시에 그는 북한에 대한 에너지 제안을 ‘패키지’로 설명함으로써 대북 제안이 한국의 전력지원에 한정되지 않고 추가적 조치를 포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힐 차관보는 이러한 제안이 “북한의 전기 필요량을 확실히 충족시킬 것”이라며 “우리는 핵 에너지 같은 매우 어렵고 값비싼 프로젝트를 통해 추가 전력을 개발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충분한 전력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에 전력 생산을 위한 평화적 핵 이용권은 불필요하다는 얘기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한국의 일방적 송전 중단을 우려, 이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북한은 (거부에 대해) 아무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타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힐 차관보는 협상의 목표가 북한의 핵 동결이 아닌 핵 폐기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 요구에 대해“우리는 모호하게 방치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며 짚고 넘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이러한 태도가 회담에 임하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절대 넘어서는 안될 마지노선을 설정한 것인지 여부는 현재로선 단언키 어렵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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