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나이 먹으면 시간이 빨리 가는 까닭’이란 궁금증 목록 제 1순위 항목에 대해 심리학적 실험과 과학적 추론,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흥미진진한 실마리를 제시했다.
네덜란드의 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기억은 마음 내키는 곳에 드러눕는 개와 같다’는 어느 작가의 말을 빌어 우리가 느끼고 있는 시간이 결국 기억에 의해 지배되고 있음을 밝혀낸다.
또 인생의 흐름에 있어 가속도가 날로 더해지는 것 같은 느낌에 대해 세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과거 사실을 돌아 볼 때 시간적 거리가 축소되는 ‘망원경효과’, 어떤 사실에 대해 현재의 기억에 비해 과거의 기억이 급격히 줄어드는 ‘회상효과’, 나이가 먹을수록 생체 속도가 느려지는 ‘생리적 시계’ 현상에 대한 설명은 ‘날이 갈수록 하루가 짧아진다’는 언급이 연장자들의 단순한 신세 한탄이 아님을 증명해 준다. 김승욱 옮김. 에코리브르 1만 6,500원.
▲ 식탁 위의 쾌락 / 하이드룬 메르클레 지음
음식의 호기심에 담긴 미학 맛보기
누가 뭐래도 먹는 것 만큼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은 없다. 그런 점에서 기본적인 배고픔의 욕구가 해결된 오늘 날에도 음식에 관한 서적과 TV 프로그램이 넘쳐 나고 있는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독일 대학에서 요리와 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음식에 대한 인간들의 호기심을 역사와 미학으로까지 확장한다.
대철학자 플라톤의 고전 ‘향연’에 등장하는 고대 그리스의 식탁 풍경부터 로마의 호화판 만찬, 척박한 중세의 끼니와 부르주아들의 저녁 식사까지.
저자는 서양역사에서 시시각각 변화한 음식에 대한 의식과 식사예절을 통해 인간이 식사를 단순한 에너지 섭취에서 또 하나의 예술로까지 승화시킨 과정을 세세히 보여준다. 신혜원 옮김.열대림 1만8,000원
▲ 행복한 고물상 / 이철환 지음
가난했지만 마음이 따뜻했던 그 시절
‘연탄길’의 작가 이철환의 자전 에세이다. 가슴 찡한 이야기를 삽화처럼 엮었다. 고물상을 운영했던 아버지의 경험담과 작가의 유년 시절 추억이 모여있다.
어린시절의 작가는 육성회비를 못내 교실 청소를 할 정도로 궁핍했다. 그래도 부모를 원망하지 않았다. 도리어 골프 연습장 근처에서 공을 줍고 돈을 받아 엄마 구두를 사줄 정도도 마음이 고왔다. 물론 그 때문에 엄마의 회초리를 맞았지만. 책에서 작가는 그 시절을 슬프게만 돌아보지 않는다.
아버지 역시 정 많은 사람이었다. 껌팔이 소녀에게 라면을 끓여 먹이고 딸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당신 자전거를 훔친 사람을 못 본 체 했다. 고물 장난감을 골라 국화빵 파는 할머니에게 갖다 주면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선물로 내주었다. 가난한 세월이었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기억이 많다. 유기훈 그림. 랜덤하우스중앙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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