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뉴올리언스의 대재앙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대응은 의아할 따름이다. 팍스아메리카나를 구가하고있는 초강대국의 대통령은 잔혹한 참사 속에서도 느긋하게 휴가를 즐겼을 뿐 아니라 사태수습 국면에서도 뉴올리언스 공항에 잠깐 머무는 데 그쳤다.
이른바 기독교 원리주의와 따듯한 보수주의에 입각해 정치를 한다는 부시의 ‘엽기적 외면’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부시를 무능력자나 파렴치범으로 인민재판하기는 쉽다. 그러나 미국의 정신분석 전문의이자 날카로운 비평가인 저자는 반 발짝 더 나간다.
그는 오늘날 세계인이 목도하고 있는, ‘종교적 연민이란 베일을 쓰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고통에 너무나 무관심해서, 용납할 수 없는 가학적 행동을 버젓이 저지르는’ 부시 대통령의 내면을 정신분석학을 동원해 침투해 보려 한다.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여동생 로빈의 죽음을 목격하고도 이를 자기방어와 감정의 침묵으로 애써 무시한 부모 밑에서 커간 일곱 살 짜리 꼬마.
냉담한 어머니와 늘 부재 상태인 아버지 아래서 술에 의지해 현실의 일탈을 꾀했던 알코올 중독자. 그리고 마침내 자신은 하나님에 의해 구원 받을 대상이라는 환상을 지니게 된 정치가.
그의 성장과정을 꽤 뚫는 통찰력을 통해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세지만, 가장 이해할 수 없는 한 인간의 본질을 파헤친다. 애정이든 증오든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 맹렬한 감정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독자들을 위한 유용한 가이드북이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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