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치러지는 독일 총선이 좌우파간 박빙의 승부로 변하면서 ‘대연정’을 원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양대 정당 간의 이념 차이가 거의 없어진 점과 1966년 ‘대연정’으로 경제회복을 일궈냈던 빌리 브란트 총리의 성공사례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독일 공영 ARD 방송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민-기사련 연합이 41%, 사민당이 34%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외신들은 기민-기사련이 제1당으로 부상하며, 앙겔라 메르켈(50) 당수가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좌우파 정당의 지지율을 종합하면 기민-기사련은 현재의 소연정으로는 집권 기반이 극히 취약한 상태다.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의 지지율 6.5%를 합쳐도 우파 연정은 47.5%에 불과하다. 좌파 연정의 경우 녹색당의 지지율 7%와 좌파연합의 8.5%를 합치면 과반에 육박하는 49.5%가 나온다.
하지만 사민당의 우경화에 반대하며 탈당한 오스카 라퐁텐 전 사민당수가 구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과 손잡고 만든 좌파연합은 사민-녹색당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사민당의 재집권도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반면 총리 후보의 개인적인 인기도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54%로 메르켈 당수의 35%에 비해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인 500만이 넘는 실업자를 양산한 사민당은 싫지만 인물은 선호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기민-기사련과 사민당의 대연정에 대한 선호도는 36%로 우파 연정의 29%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정국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경제회복이 선거의 최우선 이슈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기민-기사련도 성장을 좀 더 우선시한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사민당의 경제정책과 대동소이하다. 슈뢰더 총리가 의료와 연금 등 사회복지부문의 개혁을 위해 2003년 내세운 ‘아젠다 2010’은 사민당을 우경화 시켰다는 좌파의 비판을 받고 있다.
기민련 의원이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대처를 잘못했다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난한 것에 대해 슈뢰더 총리가 “양국의 우호관계를 깨는 일”이라며 대응하는 등 대미관계에서도 양당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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