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장장사씨름대회가 취소된 데 이어 추석장사씨름대회마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추석(18일)을 불과 1주일 여 앞두고 있지만 대회장소만 부산 기장군으로 정해둔 채 출전선수, 대진표 등 경기일정은 정해진 게 없고 씨름계내 갈등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1983년 민속씨름 출범 이후 명절대회가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한국씨름연맹 관계자는 9일 “추석씨름대회 개최를 위해 문화관광부가 그간 대회에 불참해온 신창건설의 참가와 방송중계를 위한 중재에 나섰지만 원만한 사태해결이 어려워 보인다”며 “대회 준비기간을 고려하면 추석씨름대회를 열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돌연한 방송중계 취소로 기장대회 무산사태를 야기한 공영방송 KBS는 일단 추석씨름중계를 위한 가편성을 해 놓은 상태지만 프로씨름단의 전원참가 등 씨름계 내분이 정리되지 않는 한 방송중계가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한국씨름연맹과 반목해온 프로씨름단인 신창건설은 여전히 연맹집행부의 퇴진을 요구하며 연맹 주최의 씨름대회 참가를 거부하고 있고 아마 단체인 대한씨름협회마저도 집행부내 갈등에다 민속씨름 주도의 대회개최에 내부이견을 보이고 있는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정리가 된 게 없는 상태다. 신창건설 관계자는 “추석이후 씨름인들의 모임인 민속씨름동호회와 함께 연맹과는 별도의 법인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혀 민속씨름의 사분오열이 가시화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그 동안 민속씨름을 이끌어온 한국씨름연맹을 배제하고 대한씨름협회와 일부 프로씨름단을 주축으로 추석대회를 열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 경우 연맹측이 크게 반발, 차후 법적 소송이 잇따르는 등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씨름계 내분 사태는 혼미를 거듭할 전망이다.
씨름계의 한 인사는 “고유의 명절인 추석마저 민속씨름대회를 열지 못할 경우 국민의 지탄에 씨름계가 공멸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씨름을 살리기 위해 서로가 한걸음씩 양보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토로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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