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서로를 이별하게 하고 그러다가 다시 만나게 합니다. 길과 그 위를 걷는 순박한 어린이들은 제 영화의 영원한 주제입니다.”
실수로 가져온 짝꿍의 공책을 돌려주기 위해 친구집을 찾아 길을 달리고 또 달리는 소년의 이야기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87년), 이란 지진 이후 예전 영화에 출연했던 아이들의 생사를 확인하러 길을 떠나는 영화감독의 이야기인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92년) 등 길과 어린이를 소재로 한 영화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65)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영화제로부터 제작비 지원을 받아 만든 작품 ‘키아로스타미의 길’이 8일 시작한 제2회 환경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됐기 때문이다.
9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제라 매력을 느꼈습니다. 저의 영화나 사진을 보면 제가 자연과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으실 것”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32분 길이의 새 영화에서 그는 다양한 길과 들판 그리고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독백과 함께 담았다.
“전문 배우가 아닌 평범한 어린이들을 캐스팅 하는 것도 자연을 있는 대로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영화의 ‘무공해성’을 강조한 그는 “35년 간 영화를 만들며, 사람은 결국 자연과 동심으로 돌아간다는 이치를 깨닫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87년)로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청동표범상을 수상했으며 ‘체리향기’(96년)와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99년)로 각각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베니스영화제 그랑프리를 차지한 그는 현재는 일흔 살 노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10월6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으로도 위촉돼 조만한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최지향 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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