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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개에 대하여/ 고양이에 대하여/ 말에 대하여

입력
2005.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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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대부분의 개들이 사람보다 몸무게가 적게 나간다는 사실에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몸무게 1㎏당 필요한 음식의 양은 개가 사람보다 두 배나 많다.

미국에 사는 개 5,500만 마리가 먹어 치우는 양은 로스앤젤레스 전체 인구의 소비량과 비슷하다. 개 사료 비용만 연간 50억 달러다. 개들의 건강과 미용을 관리하는 산업 분야는 급성장하고, 개에 대한 행동 치료도 호황을 누린다.

개에 대한 암 수술이나 화학 치료, CT 촬영, 안과 검진 등도 일반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년 동안 개를 수의사에게 데려가 치료하는 비용이 70억 달러다.

매년 미국의 거리와 공원, 마당에 쌓이는 개똥은 200만 톤에 달한다. 한해에 미국에서 생산되는 알루미늄이 300만 톤이고, 면화가 400만 톤이다. 미국에 사는 개들이 1년 동안 싸 대는 오줌 150억 리터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미국의 포도주 생산량 합계보다 많다.

개와 개의 배설물은 65가지가 넘는 질병을 사람에게 옮긴다. 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어느 문화권에서든 경멸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는 매력적이고 사랑스런 동물이다. 개는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인간과 가까운, 그래서 ‘마지막 한 마리까지 남김없이 멸종해 버릴 만한 생물학적 근거가 충분한’ 상황에서도 가장 훌륭하게 종을 보존하고 종수를 늘려온 동물이다. 개는 인간 다음으로 생물학적으로 가종 성공한 종임에 틀림이 없다.

세계적인 과학전문지인 ‘네이처’ 미국판 편집자로 일했고, 현재는 과학 저술가로 활동하는 스티븐 부디안스키는 하지만 ‘개에 대하여’에서 인간이 개를 너무나 모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비싼 카펫에 실례를 한 개들이 자기 잘못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공포심을 이용해 개를 가르치고 안심시키려는 주인, 개로부터 열렬한 애정을 갈망하는 주인들은 미안하지만 개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개는 소파 위에 오줌을 싼 뒤 겨우 몇 분 만 시간이 지나도 주인이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동물이다. 개들은 동시에 일어나는 상황이나 사건들은 어떻게든 연결시키려 한다.

천둥 벼락이 치는 밤에 무서워 몸을 떨 때 주인이 쓰다듬으며 위로해 주었다면 동일한 애정 표현을 얻기 위해 개는 더 자주 몸을 떨며 공포심을 표시한다. 심지어 원하는 것을 모두 충족시켜 주는 다정한 주인을 만난 개는 곧 인간을 좌지우지하는 폭군으로 사는 법을 학습한다.

정확히 말해 사람이 애완동물로 개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개가 생존의 매우 훌륭한 수단으로 인간을 선택할 수 있었던 계기를 저자는 ‘선천적 이완기제’라는 동물행동학 용어로 설명한다.

인간이 후손을 보호하려는 본능으로 체득하고 있는 ‘작고 약한 것, 더욱이 눈이 크고 머리가 둥근 대상을 보면 감싸고 보호해 주어야 하는’ 태도를 개가 십분 이용했다는 것이다.

개를 너무도 사랑한다는 저자가 진화론, 고고학, 동물행동학, 신경생리학, 유전공학을 동원해 개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개를 있는 그대로, 개다운 사고방식과 개다운 동기, 개다운 인식, 개다운 본능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는 것’이 ‘개의 진정한 본성과 진정한 능력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디안스키는 또 고양이를 애완 동물이기에 앞서 인류와 동행해 온 여행자로 묘사한다.

개와 마찬가지로 인간과 생태 환경을 공유하며, 때로는 인간에게 기대, 때로는 인간을 이용해 살아가지만, 개와는 달리 고고함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는(걸음걸이부터 다르다) 이유를 생물학적 연구와 흥미진진한 일화로 풀어냈다. ‘말에 대하여’는 개나 고양이 만큼 우리에게 친숙하진 않지만 역시 6,000년 가까이 인간과 함께 해온 말의 모든 것을 담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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