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서 지자체마다 주민축제가 풍성하다. 주민들의 노고를 달래고 관광증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 한해 열린 지방축제가 1,200개에 달했다면 한번쯤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지자체당 연간 5개 꼴로 축제를 연 셈이다.
지자체간에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역사성 없이 급조되거나 테마나 소재가 겹치는 축제가 판을 친다. 가령 이순신 장군을 내세운 축제만 7개나 된다. 심지어 홍길동과 논개, 심청 등 역사적 유명인물을 놓고 원조논쟁까지 빚어진다. 대개는 내용도 빈약하고 알맹이가 없다. 지자체장의 선심용으로 전락한 경우도 적지않다. 지난해 사업비가 3억원 넘게 들어간 147개 지역축제에는 연인원 18만 명의 공무원이 동원되고 막대한 예산이 지원된 것으로 조사됐다.
수천 억원의 빚더미 속에서 호화 청사 짓기에 몰두하는 지자체들의 행태는 지방자치제도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에 충분하다. 서울 금천구와 인천 옹진군은 각각 1년 예산의 66%, 32%를 새 청사 신축에 쏟아 붓고 있다.
옹진군은 청사 신축비가 모자라자 섬을 매각하려다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경기 용인시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보다 큰 전국 최대의 청사를 지어 ‘용인궁’이냐는 비아냥을 샀다.
기획예산처가 지자체들의 이런 행태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불필요하게 대형청사를 지을 경우 특별교부금을 줄이고, 지역축제 실태조사를 벌여 낭비성 축제는 구조조정 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지자체의 최대 과제는 지역 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이다. 선심성 축제와 호화 청사에 들어가는 돈은 주민복지를 위해 쓰여져야 마땅하다.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주어진 예산이나마 제 곳에 쓰는 훈련부터 하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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