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의 여주인공 율리아 티모셴코(44)가 7개월 동안의 화려한 총리 생활을 뒤로 하고 불명예 퇴진했다.
핵심 인사의 부패 스캔들과 권력 다툼으로 집권 후 최대 위기에 빠진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8일 티모센코 총리 내각을 해산하고 후임 총리에 유리 예카누로브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 지사를 지명했다.
유센코 대통령은 이날 “내각에게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란 찾아볼 수 없다”며“지금은 서로 다툴 여유가 없는데도 핵심 인사들 사이의 다툼이 갈수록 깊어져 가고 있다”고 밝혔다.
유센코 대통령이‘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티모센코를 포함한 혁명 동지들을 내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대로 가다가는 정권 유지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외신들은 “부정 부패를 없애고 경제 발전을 가로 막는 사회주의 의식 구조를 바꿔놓겠다며 권좌에 오른 현 집권 세력에게 도덕성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들도 권력의 달콤함 앞에서는 초심을 잃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가스 사업으로 모은 재산이 110억 달러에 이르는 티모셴코는 혁명 기간 동안 유셴코 후보 옆에서 진압 경찰에 꽃을 선물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반정부시위의 상징이 됐고 서방 언론은 그를 레오니드 쿠츠마 대통령의 권위에 대항한 ‘잔다르크’라 불렀다. 그러나 최근 그가 수 천 만원대의 고가 명품만 구입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혁명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티모셴코 총리 측과 표트르 포로셴코 국가안보위원회 서기 측 사이의 권력 다툼이었다. 티모셴코는 알렉산드르 진첸코 전 대통령 행정실장 등과 함께 오렌지 혁명을 주도했으며 포로셴코는 수 백만 달러를 지원하고 자신이 소유한 ‘채널 5’ 방송을 통해 혁명 세력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적극 홍보했다. 혁명 당시만 해도 호흡이 척척 맞는 듯 보였던 이들은 집권 이후 주요 사안을 놓고 사사건건 다투었다.
이 같은 상황은 5일 진첸코 전 행정실장의 기자회견으로 정점에 올랐다. 3일 사표를 던진 후 그는 “포로셴코 서기와 알렉산드로 트레치야코프 대통령 보좌관 등이 대통령에 대한 정보를 차단한 채 자리를 이용해 자기 이익을 키우는데 혈안이 돼 있다”며 “대통령이 이들을 해임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첸코 실장의 폭탄 기자 회견에 놀란 유센코 대통령은 국가보안국에 핵심 측근들의 개인 비리에 대한 철저 조사를 지시했고 7일 예정된 폴란드 방문도 미룬 채 티모셴코 총리와 포로셴코 서기를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티모셴코 총리 내각 해산 뒤 포로셴코 서기 역시 내각 해산 발표 이후 곧바로 자진 사표를 내고 물러났다.
우크라이나 정국은 한 동안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총선을 앞두고 혁명 중심 세력이 모두 현직에서 물러나는 바람에 상황을 정리하고 제 궤도에 오르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다. 여기에 이전 정권 때보다 실업률 등 경제 지표가 더 악화돼 있어 국민의 여론 또한 싸늘해 지지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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