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석유.식량 프로그램을 조사해온 독립 조사위원회가 유엔의 무능과 무책임, 부도덕성을 질타하는 결론을 내려 유엔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게 됐다.
폴 볼커 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이끄는 유엔 석유.식량 조사위는 7일(현지시간) 1년여에 걸친 조사활동 결과를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주재하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보고했다.
보고에서 조사위는 총 690억 달러라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 석유.식량 프로그램은 유엔 내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가운데 검은 거래가 난무했으며,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사욕만 채워준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사위는 보고서에서 아난 사무총장이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뇌물과 밀수, 석유값 폭리 등이 횡행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아난 총장은 “보고서 내용은 우리 모두에게 매우 당혹스럽다”며 유감을 표명했지만 “어느 누구도 사임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우리는 임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사임론을 일축했다.
한편 조사위는 현상태의 유엔은 어떤 프로그램도 추진할 수 없는 조직이라며 대대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조사위는 ▦공정한 인사를 담당할 최고운영책임자(COO)직 신설 ▦유엔 프로그램 및 인사를 점검할 독립적인 회계감사 기구 설치 ▦유엔 산하기관간 효율적인 업무조정 ▦유엔 활동에 대한 안보리의 명확한 목적 및 기준 규정 마련 등 4개항의 개혁을 요구했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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