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지만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주식을 팔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시 호황의 수혜는 외국인과 기관만 누리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물론 직접투자만 고려한다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적립식 펀드 등 간접투자까지 감안할 경우 개인들도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 들어 이달 7일까지 7조4,081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외국인은 1조1,464억원, 기관은 2조8,894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한 증시 전문가는 “개인들은 1999년과 2000년의 끔찍한 실패 경험 탓에 아직 네 자릿수 증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 들어 지수가 1,000포인트를 돌파할 때마다 공격적인 매도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개인이 직접투자시장에서 꾸준히 ‘퇴장’했다고 해서 증시 호황의 수혜를 전혀 누리지 못한 것은 아니다. 적립식 펀드와 변액유니버셜보험 등 다양한 간접투자를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산운용협회 집계 결과, 주식형 주식혼합형 채권혼합형 등 펀드상품 내 주식 편입액은 1월 14조3,720억원에서 최근 24조3,590억원으로 10조원 가량 급증했다. 올해 펀드자산 중 개인 비중이 34% 가량이므로, 개인들이 보유한 주식자산도 대략 3조4,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올 들어 매월 4,000억~5,000억원씩 유입되고 있는 전립식 펀드의 가입자는 대부분 일반 서민이고 신규 가입분의 90% 가량이 주식형이다. 때문에 개인들이 올 들어 적립식 펀드를 통해 사들인 주식은 약 4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변액보험도 서민들의 주식자산을 늘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변액보험 수탁액은 매월 4,000억원씩 늘고 있는데, 이 중 약 30% 가량이 주식에 투자된다.
따라서 보험 가입자들이 올 들어 변액보험을 통해 간접 보유하게 된 주식은 약 1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결국 주가 네 자릿수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개미들이 직접투자시장에서 대거 발을 뺐지만, 아예 주식에서 등을 돌린 것은 아니며 간접투자를 통해 최소 5조원 가량의 주식을 신규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의 간접투자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연초부터 이달 7일까지 주식 비중이 70%를 초과하는 성장형 펀드의 수익률은 27.1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25.6%와 비슷한 수준이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적립식 펀드 가입금액이 월 10만~30만원의 소액이어서 투자자 개인 입장에선 돈 벌었다는 생각이 안 들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강세장의 수혜를 그대로 누린 셈”이라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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