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의 교과서'인 영국 BBC 방송이 거대한 풍랑에 휩싸여 있다.
2003년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오보 이후 정체성 위기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데다, 수신료 독점징수에 대한 세간의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6월 새로 선보인'BBC 편집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프로그램 제작에 관한 정책을 총괄하는 스티븐 휘틀 BBC 정책조정실장을 만났다.
"BBC는3월본사인력의19%인3,700여명 감원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자회사 매각까지 합하면 감원 규모는총6,000명선에 달합니다. 처음엔 노조가 반발, 파업을 하기도 했으나 경영난 극복을 위한 인력감축 필요성에 동의해 지금까지 별다른 저항 없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보도인력 감축이 뉴스의 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그는"세계에서 가장 많은 보도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큰 문제는 없다"면서 "국제정세의 변화를 반영한 해외특파원의 재배치를 포함, 어느 부문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휘틀 실장은 수신료 독점징수 논란과 관련, "국민들은 공영방송 BBC를 위해 수신료를 내고 있다"면서도 "수신료 제도가 언제까지 존속할지는 알 수 없으며 수신료 내기를 주저하는 국민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는 현재 BBC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3분의 1은 지지, 3분의 1은 반대, 나머지는 부동층으로 분류하고 반대 및 부동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전략으로'콘텐츠의 질 제고'를 강조했다.
지난 해마 크 톰슨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BBC가 국민이 낸 수신료로 목욕을 하고 있다"고 질타하며 개혁의 기치로 내건 "Value for Money(수신료에 값하는 방송)"과도 일맥상통한다. BBC의 절박한 노력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의 방송환경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런던=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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