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으로 5조원 내외의 세수부족이 예상되는데도 정부가 내년 총지출 규모를 올해보다 14조원(6.5%)이나 늘어난 221조원으로 잡았다.
늘어난 지출은 양극화 해소, 국방개혁, 성장동력 확충 등에 중점 투입된다. 정부 지원이 이뤄지는 분야에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지만,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적자 국채가 9조원 발행되고 기업은행 등 ‘알토란’ 같은 공기업 지분의 매각이 불가피해 재정건전성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내년 예산을 보면 빈곤층에 대한 지원이 대폭 확대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예컨대 올해 143만명이었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내년에는 162만명으로 19만명 확대된다. 가구원이 사망하거나 큰 사고를 당해 위기에 처한 가정에 대한 긴급복지지원 제도도 도입된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키 위해 757억원을 투입해 요양 시설을 100개 신축하고 중풍, 치매노인 등에 대한 요양 서비스 제공도 늘린다.
급락하는 출산율에 대한 대책으로 보육 관련 지원도 늘어난다. 보육료 지원 대상은 도시 평균소득 70%미만 계층까지 확대되며, 아동건강 지원금액도 215억원에서 936억원으로 증가한다. 지역아동센터도 올해 800개에서 내년 902개로 확충될 예정이다.
연간 2,000억~3,000억원 규모의 과학기술국채가 발행되며 이를 재원으로 연구ㆍ개발(R&D) 예산이 전년 대비 14~15% 정도 늘어나게 된다. 증가하는 예산은 한국형 고속열차, 자기부상열차, 위그선(해수면 가까이 떠서 다니는 배), 치매치료제 등 대형R&D 실용화 사업 및 ‘차세대 성장동력’, ‘21세기 프론티어 사업’ 등에 중점 투입된다.
군 개혁 추진에 따른 예산도 확대돼 내년 국방비 투자가 올해보다 9.8% 늘어난다. 현재 월 4만7,000원인 사병(상병 기준) 봉급이 6만5,000원으로 오른다. 대학생 학자금 대출 규모를 학기당 16만명에서 25만명으로 늘리는 등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 투자도 확대된다.
문제는 정부가 지출을 늘린 만큼 재정 수입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부족한 재정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당초 5조원 내외로 계획했던 일반회계 적자 보전용 국채를 9조원으로 늘리고, 기업은행 등 증시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정부 보유 공기업 지분의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말 정부가 보유한 기업은행 지분율은 66%인데, 1%를 매각할 때마다 500억원의 재정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적자 국채 발행으로 내년에도 국가부채는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6.1% 수준이던 국가채무가 올해에는 30%를 넘어서고, 내년에는 31.8%에 달할 전망이다. 매년 물가상승률을 포함한 명목 GDP가 7~8% 이상 상승하는 것을 감안하면, 2004년 203조원 수준이던 국가채무가 2006년에는 284조원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국민 1인당 국세 부담액도 올해 257만원에서 284만원으로 27만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 예상대로 내년 경상 GDP 성장률이 7.5%를 달성한다면, GDP 대비 국세부담률은 15.4%로 올해와 같거나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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