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마침내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1994년 11월 8일 주가지수가 1,138.759종가기준)를 기록한 후 10년 10개월만의 개가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15년 이상 500~1,000 사이의 박스권에서 지루한 횡보를 거듭해온 국내 증시가 향후 근본적인 ‘레벨 업’을 이룰 수 있는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며 반기고 있다.
이번 최고치 돌파는 ▦적립식 펀드 등 간접투자의 활성화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과 증시 수급 기반의 확대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 재무구조와 수익성 개선 ▦지속적인 내수회복 가능성 등이 어우러져 일궈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증시로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은 최근 상승장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5일 현재 순수 주식형 펀드 잔액은 지난해말보다 76.8%나 급증한 15조1,173억원을 기록했다. 3월 6조원대였던 적립식 펀드 판매액도 7월말 현재 8조4,870억원으로 2조원 가량 증가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체력’이 튼튼해진 상장사들의 재무구조 및 수익성 개선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1997년 환란당시 340%에 달했던 국내 상장사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90%로 급감했고 같은 기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93%에서 15.22%로 ‘상전벽해’에 가까울 정도의 면모일신을 보였다.
31개월만의 최고치인 7월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4.2%)과 7월 산업생산 증가율(7%), 올들어 최고치를 보인 8월 수출 성장률(18.8%)은 경기 회복 및 추가적인 주가 상승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경제지표들이었다.
여기에 국내증시의 재평가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대세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를 1주당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은 9배에 불과해 일본(30.1배), 미국(18.6배), 홍콩(14.3배)보다 훨씬 저평가된 상태다. 향후 PER 상승에 따른 주가의 지속적 상승을 예상케 하는 요인이다.
이밖에 중국 위안화 절상과 고유가가 예상밖으로 증시에 충격을 주지 않은데다,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등은 지수 고점을 결정적으로 밀어올리는 호재로 작용했다.
증권업계는 향후 어느 정도의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1994년과 같은 ‘반짝 장세’는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94년과 비교해 보면 당시 3조원대였던 고객예탁금이 지금은 11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시장 의 덩치가 커졌다. 이는 증시를 받치는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 외국인 비중도 10.2%에서 41.9%로 급증했다. 또 94년은 경기가 고점에 오른 뒤 하락을 앞두고 있었던 상황이었으며 간접투자 시장도 미미했던 시점이었다.
당시 기업들은 과잉투자로, 금융기관은 대규모 부실로 각각 신음하고 있었다. 금리도 연 14%로 높아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이 같은 악재들이 대부분 없어지면서 증시여건을 밝게 만들고 있다.
삼성증권 임춘수 상무는 “기업의 투명경영 및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투자자들도 간접투자 중심으로 투자패턴이 고도화하고 있는 만큼 주가의 추가 상승여력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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