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대중화에 앞장서온 테너 엄정행(62)씨가 데뷔 40주년을 맞아 한국가곡을 담은 기념음반을 직접 제작했다. 10년 전에도 30주년 기념음반을 냈지만 이번에는 시판용이 아닌 선물용으로 자비를 들여 제작, 녹음ㆍ편집ㆍ인쇄 작업까지 직접 진행했다.
“그동안 저를 사랑하고 도와주신 분들께 드리는 감사의 선물입니다. 보통 나흘이면 녹음을 마치는데, 이번에는 두 달이나 걸릴 만큼 공을 들였어요.”
정서완 박성현 두 사람의 피아노 반주로 녹음한 이 CD엔 '목련화' '가고파' '비목' '못잊어' 등 애창 가곡과 신작 가곡 등 17곡이 실려 있다. 환갑이 지난 나이 탓인지 소리도 잘 안 나서 고생했다고 말하는데, 음반을 들어보니 여전히 젊은 목소리에 세월이 무색하다.
1970, 80년대 라디오와 TV에는 한국 가곡을 소개하는 프로가 꽤 있었고, 그때 가장 자주 흘러나온 노래가 그가 부른 ‘목련화’였다. 1979년부터 10년 간 MBC 라디오 아침 프로를 진행하며 가곡 알리기에 나섰던 그는 “요즘은 방송의 우리 가곡 프로그램이 거의 사라져 많이 섭섭하다”고 말한다.
대학을 졸업하던 1965년 한 신문사의 신인음악회로 데뷔해 지금까지 185회의 독창회와 1,000회가 넘는 음악회를 했다. 외국 유학을 하지 않은 드문 국내파로, 1976년부터 모교인 경희대 음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요즘도 매달 7, 8회 무대에 서고 있다. 내년쯤 조촐하게 데뷔 40 주년 기념 음악회를 할 생각이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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