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를 세계적인 생태도시로 가꾸기 위한 첫 삽을 이제야 뜨는 셈입니다. 소수의 행정가들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의 참여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김귀곤(61)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오는 9일 제주 서귀포시에서‘서귀포 유엔 생태도시 워크숍’을 연다. 시 공무원들과 환경ㆍ생태ㆍ건축 전문가 80여 명이 모여 서귀포시를 유엔이 인정하는 생태도시로 가꾸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다. 특히 이달 중순 생태도시 지정을 위한 국제 전문가 실사가 진행되고, 그 결과에 따라 올 연말 최종 확정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라 워크숍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지난 6월 유엔 주관으로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도시 프로그램/아젠다 21 세계 총회에서 서귀포시가 2007년 차기 세계총회 개최지로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생태도시 확정을 위한 청신호가 켜진 셈이지요.”
유엔 생태도시 한국네트워크 대표인 김 교수는 “서귀포시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을 촉진시키자’는 유엔의 생태도시 조성 계획에 가장 적합한 도시”라고 자신했다. 10여년 전 제주도청이 의뢰한‘제주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제주와 인연을 맺은 그는 이후 제주의 문화ㆍ환경 보전에 줄곧 앞장서 왔다.
유엔 인간정주회의(HABITAT)와 UNEP가 함께 운영하는 지속가능한 도시프로그램은 자연환경을 최대한 원 모습대로 살리면서 문화적 풍요를 누리고 경제적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인간적인 도시를 만들려는 시도이다. 김 교수는 “서귀포시는 섬 자체의 토속적인 문화와 천혜의 자연이 어우러져 유엔이 권장하는 생태도시로서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귀포시는 이미 지난해에 ‘생태도시’를 선언한 바 있다. 천지연 폭포 진입 도로변과 시내 인도 11㎞를 삼나무 널빤지 등 나뭇길로 교체했고, 폭포 상류 계곡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해 은어와 참게가 돌아왔다. 야자수 등 난대림으로 된 가로수는 일일이 번호를 매겨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시는 이 같은 노력을 발판 삼아 지난 3월 생태도시 지정을 유엔에 정식으로 신청한 상태다.
그는 서귀포시의 빼어난 자연 여건도 한 몫 했다고 덧붙였다. “유네스코는 2002년 한라산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서귀포 시내를 가로지르는 효돈천과 해안의 범섬ㆍ문섬ㆍ섶섬 등 3개 섬도 함께 포함시켰습니다. 또 연대별로 퇴적물이 쌓여‘생물학적 타임캡슐’로 불리는 하논 일대는 생태숲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지요.”
김 교수는 생태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호텔이나 골프장 등 대규모 관광단지와 야생동물에게 위협적인 해안도로 등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미래 생태도시를 향한 진지한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김명수 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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