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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신포럼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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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신포럼 2005

입력
2005.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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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기조강연·간담회

우리나라의 산업은 과연 가격경쟁력의 중국과 기술경쟁력의 선진국 사이에 낀 호두일까, 아니면 조선업 세계 1위, 반도체 3위, 외환보유액 4위의 잠재력있는 나라인가.

10년 뒤 세계 10위의 세계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산업 발전 전략을 제시하는 '산업혁신포럼 2005'가 6일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산업자원부 주최로 개막됐다.

7일까지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레스터 서로 메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장, 제프리 페퍼 미국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마쓰시마 가쓰모리(松島克守) 도쿄대 공대 교수, 위용딩(餘永定)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장 등이 참석, 미래 세계의 변화와 우리 기업의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21세기의 소비자는 개인화하고 맞춤화한 소비를 원한다.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불필요한 잉여복잡성은 제거돼야 한다. 대량생산에서 개인 맞춤생산으로의 전환이 산업혁명시대에 이별을 고하고 있다.”

미래의 경제는 어떤 변화를 맞을 것인가.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77·사진)는 6일‘산업혁신포럼 2005’기조강연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잉여복잡성과 맞춤생산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빌 게이츠 회장은 천문학적인 잉여 복잡성을 만드는 장본인이다. MS는 내가 절대 쓰지 않을 수많은 프로그램을 윈도에 끼워 팔고 있다.

그래서 정말 중시하는 단 하나의 기능, 워드는 최적조건에서 돌아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MS는‘제3의 물결’기업이냐고 제게 묻는다. MS가 지식기반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진정 맞춤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는 2.5물결의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토플러는 “개인 생산은 이미 첫발을 내딛고 있다”고 보았다. 예컨대 나이키의 경우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한 신발을 판매하거나, 초콜릿 브랜드 M&M이 제품에‘생일 축하해’같은 원하는 문구를 넣도록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독창적 주체이기를 원하는 현대의 소비자는 기술의 혜택은 누리기를 원하지만 복잡한 관계(인터페이스)는 피하려 한다”며 “동질화한 대량 생산에서 개개인에 맞추는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산업혁명시대는 이별을 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 패널 토론자로 참가한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바이오기술(BT)이 인간 삶과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묻자 토플러는 “BT는 미래를 주도할 거물급 산업이 될 게 확실하다”고 답했다. 그는 “암 불치병 등 치료가 언제 가능할지 시기가 불확실하지만 현실화하면 사회경제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수명의 연장은 은퇴시기에 영향을 주고 새로운 은퇴프로그램이 나타나거나 근무환경을 바꿀 수 있다. 또 공상과학처럼 들릴지 몰라도 의학적으로 중력문제를 해결하는 등 우주개척의 돌파구도 생명공학일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MIT나 하버드대에서 가능할 것으로 믿었던 BT의 큰 진전이 서울대 황우석 석좌교수팀에서 이뤄지지 않았느냐”며 한국 생명공학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 토플러는 “수출과 소수 재벌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 앞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일반적인 가정이 아니며 역(逆)세계화(deglobalization)가 나타날 수도 있다”며 “창조적 중소기업을 진흥하고, 재화 외에 서비스와 지식을 수출하며, 내수경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일률적인 공교육에서 벗어나 이질성을 강조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잠재력은 무엇일까. 역설적으로 토플러는 국가 규모가 작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지만 미래지향적 지식사회로 발전해 부자나라가 됐다.

작지만 똑똑한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가 성공할 것”이라며 “한국이 경계해야 할 나라도 미국 같은 선진국이 아니라 뒤?아오는 작은 나라일 것”이라고 말했다.

토플러는 “한국은 큰 기회와 위협에 직면해 있다. 간단한 답은 없지만 중요한 것은 질문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급속히 변화하는 나머지 21세기를 즐기라”고 충고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앨빈 토플러는

‘미래 충격’(1971) ‘제3의 물결’(1980) ‘권력 이동’(1991) 등 저서를 통해 지식사회의 도래를 예견한 대표적 미래학자. 뉴욕대학 졸업 후 용접공, 기자, ‘미래’지 부편집자, 코넬대 초빙교수 등을 역임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한국에 대해서는 정보기술 인프라 구축을 높이 사며 무형자산의 수출확대, 생명공학의 선점, 교육다양화 등을 제안해왔다. 기자간담회 중 그는 “이것이 오늘의 헤드라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 제프리 페퍼 "한국, 적대적 노사관계 반드시 해결해야"

인적자원 조직관리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제프리 페퍼(59) 미국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6일 기조강연과 기자간담회에서 “노사관계, 경쟁환경 등 한국 내부의 문제를 잘 해결하면 일본 중국과의 경쟁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3번째 방한한 페퍼 교수는 “대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적대적 노사관계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노동자의 목소리가 없다시피 하고 여론조사를 보면 직장인의 20%는 회사에 해를 끼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처럼 한 쪽이 이기는 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며 “싱가포르 뉴질랜드의 모범적 사례처럼 노사가 공동의 목표를 갖고 많이 접촉하는 공식적 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퍼 교수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술우위는 빠르게 침식되고 있다”며 “변하지 않는 것은 인적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잉을 제친 에어버스, GM과 포드의 점유율을 넘겨받은 도요타 닛산, 인텔을 앞서기 시작한 델컴퓨터 등을 예로 들며 조직문화가 성공비결이라고 지적했다.

조직문화, 숙련도, 동기부여 등은 기술과 달리 쉽게 모방할 수 없다는 것. 그는 “최고경영자부터 현장 실무자까지 정보를 공유하고, 인재들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며, 직장생활과 가족생활을 통합하라”고 말했다.

페퍼 교수는 또 “중앙통제가 심한 한국기업은 권한과 의사 결정을 분산시켜 혁신과 경쟁이 가능한 경쟁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한국의 노령화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민을 고려해 개방적인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 눈길을 끌었다.

김희원기자

■ 산자부 '2015 산업발전 비전과 전략'

산업자원부가 산업혁신포럼에서 발표한 ‘2015 산업발전 비전과 전략’은 지금처럼 4%대의 성장률로는 현재 11위의 경제규모가 떨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산업자원부 전국경제인연합회등 등 25개 기관으로 구성된 선진산업강국기획단은 발전전략에서 “1%포인트의 잠재성장률을 찾아 5%대의 성장을 유지할 경우 2015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3만5,000달러, 세계 10위의 국내총생산(GDP)을 달성할 수 있다”는 비전을 담았다.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전략은 새로운 세계시장 분업의 보완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현재 우리나라가 경공업, 노동집약적 중공업을 중심으로 원가경쟁력과 제조공정의 경쟁력으로 승부했다면 2015년에는 자본집약적 중공업과 서비스산업에서 실용성 높은 미드-테크놀로지, 중국과의 근접성 등을 무기로 싸우자는 것이다.

4대 산업별로는 먼저 첨단 디스플레이 유전자 치료제 산업 전자의료기기 등 컨버전스(통합) 및 첨단 제조업의 경우 적극적인 기술확보와 시장공략을 목표로 제시했다.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현재의 주력 제조업에 대해서는 중국에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환경 에너지 물류 비즈니스 서비스와 같은 인프라성 서비스산업은 역량을 강화해 가면서 중국시장에서 큰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적 산업으로 변해야 한다. 문화 교육 의료산업처럼 아직 초기단계인 서비스산업은 소프트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수립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같은 전략에 따라 2015년까지 제조업 혁신에서 71조7,000억원, 컨버전 신산업에서 96조2,000억원, 인프라성 서비스산업에서 304조1,000억원의 부가가치를 추가, 총 1,582조원(1조7,580억달러)의 국내총생산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희범 산자부 장관은 “이 같은 비전이 너무 꿈 같은 이야기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수많은 일을 겪었다”며 “앞으로 10년을 예측해봄으로써 우리 산업의 세계 경쟁력과 기술발전을 전망하고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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