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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강남 서울대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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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강남 서울대 삼성’

입력
2005.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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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강남 서울대 삼성만 없어지면 온 백성이 편해진다.”

몇 년 전부터 이런 흉흉한 얘기가 많이 들리더니 요즘 들어 뜸해졌다. 이들이 없어지고 온 백성이 편해져서가 아니다. 다수의 강력한 희망을 업고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과 방침이 강남 서울대 삼성의 ‘불패 신화’를 어느정도 무너뜨려 주고 있기 때문이다.

8ㆍ31 부동산대책은 세금으로 가수요를 누르고 신도시를 공급을 늘리는 것이 골격이다. 부동산으로 얻은 이익을 환수하고 많이 보유한 사람을 벌한다. 또 더 많은 강남을 만들어 특혜(?)의 소지를 확산한다.

대책의 출발은 강남에 대한 비(非)강남권의 눈총에서 비롯된 면이 없지 않다. 처음엔 강북뉴타운이나 수도권개발 등으로 모두 곳을 ‘강남처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먼 훗날의 일이어서 모두들 시큰둥해 했다. 강남에 대해 징벌을 가하고 강남권을 확대해 버리자 많은 이들이 수긍하고 있다.

대입 논술시험 가이드라인은 학생을 선발할 경우 ‘사고력 측정’은 하되 ‘지식 측정’은 안 된다는 내용이다. 세칭 S.K.Y. 등 명문대학들이 우수학생들을 싹쓸이 하는 것을 막자는 의도다.

더 깊은 원인에는 비싼 학원에 다니고 고액과외를 하는 일부계층의 주도로 국민들의 사교육비가 천문학적으로 지출되고 있다는 불만이 있었다. 쌓은 지식의 양보다 ‘학교생활 충실도’를 테스트하라는 가이드라인은 학교에 열심히 다니는 자녀를 둔 다수 학부모들의 성원에서 비롯됐다.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라 부른다. 주식 한 장에 수십만원, 우리나라 총 무역의 수십%, 수조원대의 기업이익, 일부 수십억원짜리 연봉이 공개됐다.

청와대도 삼성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는 소문이 공화국이란 단어를 만들어 붙였다. 하지만 ‘공화국’에 대한 인식이 적잖이 희석되고 있다. 명예박사 수여 과정의 소란사태에서 최근 X파일 사건으로 불거진 곤혹, 줄어드는 기업의 순이익 등을 보면서 ‘경외’의 수위를 낮춰가고 있는 듯하다.

돈을 벌고 재산을 늘리려는 개인의 욕구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불법적인 투기를 막으려면 보람차게 돈과 재산을 증식할 수 있는 수단들을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우수학생을 데려가려는 대학의 고집을 어떻게 말릴 것인가. 논술고사에서 지식을 측정하지 못하게 하면 대학은 구술면접 등에서 그것을 테스트하는 편법을 당연히 궁리해 낼 것이다.

사교육비 줄이기에서 학력사회 지양에 이르기까지 보다 근본적인 대책에 머리를 싸매는 것이 교육당국의 책임이다. 이윤을 극대화 하고 돈벌이를 위해 각종 수단을 강구하는 것은 기업의 존재이유다. 정부의 의무는 그들의 ‘각종 수단’을 철저하게 감시ㆍ감독하는 것이다.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그래서 힘든 과정을 거부하고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며 편한 방법을 찾다 보면 포퓰리즘의 유혹을 떨칠 수 없다. 혹 지금의 정부가 정치 경제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려 함에 있어 본래의 본질과 방향을 잠시 망각한 것은 아닌가. 많은 사람이 싫어하지 않는 쪽으로, 그래서 비난의 목청이 잦아드는 쪽으로만 가려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비싼 집값을 내고 욕을 먹어가면서도 살고 싶은 곳, 훌륭한 인재를 배출하고 싶어 우수한 학생을 데려 가려는 대학, 기업이윤을 늘려 돈을 많이 버는 기업 등은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다. 보다 많은 ‘강남 서울대 삼성’이 생길 수 있도록 제도와 틀을 짜내는 것이 국가의 기본 책무다.

정병진 부국장 겸 사회부장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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