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면(休眠) 특허를 이용해 로열티를 챙겨라. 무단사용에 대해서는 소송으로 맞서라.”
마치 군대 작전명령을 방불케 하는 이 말은 지난해 일본 정부가 자국 전자업체에 전달한 지적재산권 관련 지침이다. 지금 세계는 ‘지적재산권 전쟁’ 중이다. 이 전쟁에서의 승패에 따라 나라와 기업의 경쟁력이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미 선진국들은 기술과 지식을 무기화하고 있다. 특히 디자인과 문화상품, 그리고 소프트웨어 등 기존 저작권에 포함돼있지 않았던 분야를 지적재산권이라는 새로운 거래 질서에 포함시켜 후발주자를 견제하고 있다. 우리가 자체 개발한 기술과 상품을 세계 시장에 진출시키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이 훨씬 높아진 것이다.
우리의 선택은 무엇일까? 원천기술과 같은 기술 역량을 키우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지금 잘하고 있는 응용기술로 시간을 벌면서 선도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홈네트워크, 텔레매틱스 처럼 향후 주력시장으로 떠오르게 될 유비쿼터스 환경기술의 경우, 아직 서비스 표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보기술(IT) 서비스의 테스트 베드인 우리나라가 관련 기술을 선도한다면 원천기술은 물론 이와 관련한 특허와 상품권 등 지적재산권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기술 개발력과 함께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법적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극한대결을 벌이고 있는 첨단기술 시장에서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개발했어도 지적재산권 분쟁에 휘말리면 금전전 손실과 기업 이미지 손상은 물론 사업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막대한 대가를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쓰시다의 경우, 이미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인력 700여명을 증원할 만큼 지적재산권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지적재산권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거래질서로 자리잡고 있다. ‘근대화는 늦었어도 정보화는 늦지 말자’는 기치로 IT강국을 일으켰던 것처럼 ‘기술입국은 늦었어도 지적재산권 입국은 늦지 말자’는 정신과 노력이 필요할 때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