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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달러 현실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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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달러 현실 될 수도"

입력
2005.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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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여파로 21세기의 첫 오일 쇼크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970~80년대 두 차례 중동 발 오일쇼크와는 달리 이번 대재앙으로 원유생산의 한계와 정유시설 부족이 확인된 만큼 국제유가는 배럴 당 100달러 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는 4일 “2주 전만 해도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은 비웃음을 샀지만 이제는 현실화 되고 있다”면서 “21세기 오일쇼크는 이전과는 달라 관리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20세기 석유위기가 의도적으로 조장된 것이라면 이번 쇼크는 공급이나 수요가 통제될 수 없다는 게 특징이라는 것이다.

우선은 공급이 조절되지 않는다. 미국은 당장 공급 부족을 만회할 만큼 원유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몇 년 동안 설비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세계 제1의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시설이 100% 풀가동해 추가생산의 여유가 없다. 석유금수로 발생한 1, 2차 오일쇼크 때는 원유 생산량만 늘리면 가격폭등을 막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폭발적 수요를 맞출 공급 능력이 없다.

수요도 통제되지 않기는 마찬기지다. 중국 인도 등의 경제 성장으로 전세계 수요는 2년 동안 연간 2%가 증가해 과거 10년에 비해 두 배 속도로 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자동차 운전을 자제하고 집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여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원유를 휘발유나 항공유 등 소비품목으로 정제하는 정유시설의 부족을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미 정부가 35일치의 전략비축유를 보유하고 있고 정유사들도 25일치의 원유를 확보하고 있지만 카트리나가 멕시코만 정유시설을 강타한 이후 정유능력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원유가는 2% 오른데 비해 휘발유 가격은 14%나 올랐다. 로버트 마브로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장은 “카트리나가 위기를 촉발시켰지만 문제의 근원은 더 깊은 곳에 있다”며 “현재의 정제시스템은 어떠한 완충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76년 이후 정유시설을 추가 건설하지 않았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5년 동안 정유시설은 절반 이상 감소했고 정제능력도 하루 1,700만 배럴로 10%가 줄었다. 반면 휘발유 소비는 하루 950만 배럴로 45%나 늘어났으며 총 원유 소비는 하루 2,000만 배럴에 이르고 있다.

캐나다 에너지 연구소의 빈센트 라우어만은 “공급에 차질을 줄 수 있는 큰 사건이 터지면 국제 원유가격은 세 자리 대로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기컨설팅 회사인 유라시아 그룹은 사우디 아라비아 내 테러 공격 등을 위험사례로 들었다.

웨인 허머 인베스트먼트의 윌리엄 허머는 “유가 100달러 돌파로 세계 경제가 침체해 미국이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다시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경제 현상이다.

아시안월스트리저널은 경기진단 전문기관인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의 조사 결과를 인용, “카트리나로 미국의 3ㆍ4분기, 4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5~0.7%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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