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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8ㆍ31 부동산 대책,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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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8ㆍ31 부동산 대책, 약하다

입력
2005.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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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ㆍ31 종합부동산대책은 참여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낸 정책이다. ‘사회적 암’인 부동산투기를 잠재우고 ‘헌법보다 바꾸기 힘든 부동산정책’을 만들기 위해 상당수의 공무원과 고위직들이 애썼을 것이다. 그러나 발표 내용은 실망스럽다. 그 동안 거품을 생성시키고 확대시킨 세력의 논리와 이해 관계가 곳곳에 배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무릇 정책에는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있는 것이다. 이번 발표의 경우 정책목표부터 불분명하다. ‘서민주거 안정과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제도개혁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미루어 볼 때, 서민주거 안정과 부동산투기 억제가 정책목표인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온 사회가 부동산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였는데, 그 거품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8ㆍ31발표는 ‘부동산 가격의 거품 형성을 방지한다’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기존에 형성된 거품은 없다는 식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경제 활성화에 큰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명시함으로써 단기적 관점에서의 성장률에 여전히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기존 거품 빼는데 역부족

이 정도면 정부의 의도는 전문 투기꾼에게 명약관화하게 읽힐 수 있다. 앞으로 부동산투기를 억제해 가겠지만 이미 형성된 부동산 가격은 거품이 별로 없는 것 같고, 경기 활성화도 해야 하니까 가격을 크게 내리게 할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하여 아파트 부자는 기존 소유 아파트를 내놓지 않고, 사려던 사람만 매입 시기를 늦추다 보니까 매매는 급감하고 전셋값만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뒤늦게 몇 고위 정책당국자가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 금년에 오른 것은 도로 내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지만 엎질러진 물이 되고 말았다. 추가적인 정책수단이 발표, 시행되지 않는 한, 8ㆍ31정책은 거품 지역의 거품을 깨는 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재경부는 이미 7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나라는 일본과는 달리 강남 등 일부지역의 주택가격 등을 제외하고는 자산버블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30차례 내외 부동산 문제를 경고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는데, 그러한 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이 과장되었거나 잘못되었다고 주무부서가 해석하였단 말인가? 재경부의 이런 발표는 8ㆍ31정책의 약한 내용을 사전에 가늠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참여정부가 진정 역사적인 소명의식을 가지고 경제 선진화의 최대 걸림돌인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 첫째, 엉터리 공시지가와 기준시가 등을 정비하고, 그에 기초하여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 총계가 얼마나 되는지 추정하고, 거품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계산하고, 그 거품을 신속하게 제거하는 방법을 정책으로 제시하여야 했을 것이다.

거품은 정부가 가만히 있어도 언젠가 깨지게 되어 있으며, 대응이 늦으면 늦을수록 국민경제의 폐해는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서민생활은 도탄에 빠지며, 서민뿐만 아니라 부동산부자까지도 종국에는 피해자가 된다는 인식이 있었기에 대통령까지 나선 일이 아니던가?

●공급확대 정책 수순 틀려

둘째, 투기수요에 기초한 공급확대정책을 버려야 한다. 8ㆍ31은 근거가 박약한 중대형아파트 부족론, 강남대체공급필요론에 밀려 송파 등지에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등 수순이 틀린 정책을 많이 내놓았다.

개발이익 환수장치가 일부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투기수요를 잠재우기에는 부족한 상태에서 공급계획만 남발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판교로 수십조원의 불로소득을 창출하고도 교훈을 전혀 못 얻었단 말인가? 송파의 부동산가격 급등은 8ㆍ31의 약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정부와 국회는 주권자인 국민의 심부름꾼이다. 주인의 목소리를 널리 경청하지 않고 그들만의 회의를 거쳐 서민보호를 내세우면서 10ㆍ29에 이어 함량 부족의 대책을 내놓는다면, 주인의 심부름꾼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되겠는가?

김태동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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