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가 나흘간의 열전을 4일 마감했다. 한국육상이 트랙ㆍ필드종목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뜻 깊은 대회였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주최국으로서 낯뜨거운 장면이 한 둘이 아니었다.
대회 첫날, 여자 100m 예선 스타트라인에 선 선수들의 눈에 어리둥절함이 역력했다. 북한응원단 때문이었다. 응원뿐만 아니라 공연 등 각종 문화행사를 벌이기 위해 선수단(8명)보다 휠씬 큰 규모로 구성된 100여명의 북한응원단은 빼어난 외모와 아기자기한 율동으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들이 탬버린, 짝짝이, 앰프로 소란스럽게 응원을 하는 바람에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출발이 지연됐다.
트랙ㆍ필드경기에서 경기력을 흐트러뜨리는 응원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국제관례에 어긋난다. 육상연맹측이 조직위에 응원도구 사용중지를 요구했지만 북측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듯 국제경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 같은 특별대우는 대회 내내 계속됐다.
북한팀에 너무 신경을 쓴 탓인지 외국선수에 대한 배려도 부족했다. 1만m 우승을 차지한 중국의 바이쉬에는 프레스센터에서 통역 없이 중국기자와 문답을 주고 받고는 멍한 표정의 각국 기자들을 뒤로 하고 빠져나갔다. 남자 110m허들의 슈퍼스타 류시앙의 기자회견 때는 급조된 중국어 통역마저 서툴러 재중동포 출신 국내기자가 통역을 자청했다. 아시아육상 최강국이 중국 일본인데 프레스센터에는 영어와 아랍어 통역만 있었다.
우리나라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4년 동계올림픽이란 대규모 국제대회를 대구와 평창에 유치하려고 애쓰고 있다. 인천대회의 엉성함과 국제적 무례가 반면교사가 됐으면 한다.
정진황 체육부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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