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5일 의원총회를 열고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간 회담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당초 점쳐졌던 회담 반대나 연기론은 몇몇 의원들의 문제 제기 선에서 그쳤다. 대신 “노 대통령의 연정론에 대해 분명히 쐐기를 박고 오라”는 요구가 분출했다. 의원들의 얘기를 듣고 난 박 대표도 “직접 만나 연정론에 대해 불가방침을 밝히고 매듭 짓고 오겠다”고 답했다.
어차피 만나기로 한 이상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당의 확실한 입장을 천명하고 연정 논의를 종식시키자는 게 당 전반의 기류인 셈이다.
김재경 의원은 “대통령과 대화를 많이 나누되 연정에 대한 당의 입장을 관철해 달라”고 말했다. 진수희 의원은 “연정론과 3당 합당이 뭐가 다른지 물어봐야 한다”며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기가 하면 로맨스인지 분명히 따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심재철 의원은 “이번 회담은 연정 회담이 아니라 경제회담이 돼야 한다”고 했고, 이병석 의원은 “이번 회담은 정치적 연정은 안되고 민생 연정만 가능함을 못박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의원은 “노 대통령의 소연정 제안은 중대선거구제를, 대연정은 개헌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집권하기 전에는 개헌은 절대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김재원 의원은 “노 대통령의 안중에는 연정이나 이원집정제는 전혀 없고 내각제로 개헌해 계속 집권 여당으로 남는 것이 목적”이라며 “이번 회담을 국민에게 내각제 음모를 알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이어 “혹 노 대통령이 박 대표에게 총리직을 제의하면 ‘밖에서 도울 테니 임기 끝까지 잘해달라’고 말하고 오라”고 말했다.
공성진 의원은 “노 대통령은 연정론으로 난장을 만들어 위기 탈출하려 하고 있다”며 “노 대통령은 일종의 순교자 콤플렉스를 갖고 있으며 점점 과도하게 가면 마지막 결단은 자기 파괴일 뿐”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박 대표에게 “노 대통령의 현란한 언변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15초 이상 똑바로 쳐다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박진 의원은 “독선과 궤변을 일삼는 청와대 참모진 전면 교체를 요구하고 오라”고 말했다.
회담 자체와 시기에 대한 이견이 없지는 않았다. 배일도 의원은 “노사 협상을 보더라도 자기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게 있을 때 먼저 협상을 제의한다”며 “박 대표가 안 갔으면 좋겠고 가더라도 아무 말 없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선교 의원은 “태풍 나비의 북상도 있는 만큼 노 대통령의 해외 순방 후에 자리를 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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