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한 미국 뉴올리언스의 참상이 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초강대국을 무력하게 만든 허리케인의 위력이 무섭기도 하지만, 세계를 이끄는 미국이 재난과 무정부적 혼란이 상습화한 아프리카 국가 같은 지리멸렬한 혼돈상을 보인 것이 한층 놀랍다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불행을 안타까워하고 구호에 정성을 보태면서도, 혼돈의 원인과 교훈을 살피는 데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재앙의 직접 원인은 뉴올리언스의 호수 제방이 허리케인에 동반한 폭우에 무너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부시 대통령의 말처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미 연방재난관리청은 이미 9ㆍ11 사태 전에 뉴욕 테러와 샌프란시스코 지진 및 뉴올리언스의 허리케인을 예상되는 3대 재난으로 꼽았다. 이어 지난해 아시아 쓰나미 참사 뒤에는 뉴올리언스를 첫번째 위험지역으로 지목했다.
이처럼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거의 속수무책으로 대재앙을 초래하고 대피와 구호에도 허둥댄 것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지 않은 잘못에서 비롯됐다. 제방 보수와 대피 준비 소홀 및 늑장 경보 등이 모두 상식선에 머문 안이한 대처때문이라는 풀이다.
그러나 모든 과오의 근본은 부시 대통령이 정점에 선 정부가 재난 예방이라는 국가의 기본과제보다 이라크 전쟁이 상징하는 외부 과업에 매달린 탓이라는 지적이다. 관심과 정력을 바깥에 쏟는 사이, 사회와 국민을 지키는 제방은 허술하게 방치됐다는 얘기다.
이런 지적은 재난 대처에 긴요한 주방위군을 이라크에 대거 투입한 구체적 상황을 넘어, 정부와 정치가 본분을 외면한 과오를 질책하고 있다. 자연의 힘은 정치의 우선순위 따위를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마침 초대형 태풍 나비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태풍 대비를 넘어 정치의 본분을 되새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