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결국 쓰나미와 맞먹는 대재앙을 가져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수마가 덮친 뉴올리언스에선 죽음과 공포, 약탈의 도시로 변했다.
2만5,000여명의 이재민이 피신해 있는 슈퍼돔 주변은 서로 먼저 도시를 탈출하려는 군중들로 생지옥을 연출하고 있다. 슈퍼돔의 이재민은 475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560㎞ 떨어진 텍사스 휴스턴의 애스트로돔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건물 옥상 등에서 구조를 기다리다 버스의 행렬을 본 다른 이재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슈퍼돔을 탈출구로 여긴 것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헬기와 버스를 향해 총격을 가해 수송작전은 중단됐다. 다른 건물 옥상에서도 총격을 가했다는 보고가 접수됐다.
뉴올리언스 경찰국은 100여명의 경관을 급파했으나, 구조요원들은 수천명의 경찰 병력이 도착해 상황을 통제하지 않는 한 작전을 재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주변에 몰려든 이재민은 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틀린 블란코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자연재해가 인간의 마성을 불러왔다”고 개탄했다.
거국적인 구호활동에도 불구하고 뉴올리언스에선 얼마나 많은 시신이 물 속에 잠겨 있는지도 가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메리 랜드리유 상원의원은 31일 “루이지애나에만 사망자가 수천 명에 달한다”고 밝혔으며 레이 내긴 시장도 “아직 수 많은 시신이 물 속과 다락방에 감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라면 카트리나 피해는 미국 역사상 6,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이후 최악의 자연 재앙이다.
공군 1호기를 타고 피해 현장을 둘러 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전례 없는 시련에 직면에 있다”며 “피해 복구에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부는 침수 지역의 질병 창궐에 대비, 멕시코만 일대 지역에 위생경보를 발령했다
미군은 헬기와 전함, 해군 특수부대 실(SEAL)의 인명 구조팀을 멕시코만으로 급파했다. 국방부 관리들은 주말쯤 3만 명의 주방위군이 배치돼 미군 사상 최대 규모의 국내 구호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탈자는 자연만이 아니다. 프렌치 쿼터의 상점에선 약탈자들이 물길을 헤치고 청바지와 식료품, 신발, 가전제품 심지어 총까지 들고 나오는 모습이 목격됐다. 시 당국은 구조활동에 동원됐던 시경찰 1,500명에게 약탈자 단속 활동에만 전념하도록 명령했다.
육군 공병대 장교들은 도시에 물이 완전히 빠지는 데는 수 개월이 걸리고 수 천의 유실 주택과 도로 등 기간 시설을 정비하는 데 수 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간 동안 뉴올리언스는 완전히 버려진 도시로 남아 있을 공산이 크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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