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대중화를 넘어 대중음악의 국악화로, 한국음악을 넘어 월드뮤직으로. 지난해 10월 첫 행사를 치른 국악축전(조직위원장 황병기)이 내세운 야심찬 목표다.
젊은 감각의 국악을 표방한 이 축제는 ‘종횡무진 우리음악’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전통과 창작을 나란히 세우고 국악과 양악, 대중음악을 넘나들며 여기저기서 다채로운 난장을 벌였다.
홍대 앞 클럽에서 국악파티를 여는가 하면 힙합 버전 아리랑이 등장하고 원로 명인명창부터 20대 인디밴드까지 두루 참여해 말 그대로 종횡무진, 정신 못 차릴 만큼 이리 튀고 저리 튀었다. 이러한 색다른 시도는 어수선한 일탈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딱딱하게 굳은 판에서는 느낄 수 없는 활력으로 젊은 피를 뜨겁게 했다.
올해 국악축전은 4일부터 30일까지 전국 11개 도시에서 14개 공연을 펼친다. 서울과 고양ㆍ평촌ㆍ오산ㆍ안산 등 수도권에 최근 문을 연 극장, 서울 압구정동의 클럽, 6개 지방 대학 캠퍼스가 축제 마당이다.
월드뮤직 평론가, 국악방송 PD, 무용평론가, 판소리 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프로그래머로 참여해 서로 다른 주제로 판을 짜고 음악에 미술ㆍ영화ㆍ춤ㆍ퍼포먼스 등을 연결해 공감각적 무대를 선보인다.
출연진은 무려 1,000여 명. 지난해보다 대중음악인의 참여가 훨씬 많아졌다. 안숙선(판소리) 이춘희(경기민요) 조순자(여창가곡) 황병기(가야금) 박종선(아쟁) 정재국(피리) 강정렬(가야금병창) 등 국악 명인부터 인순이 박화요비 이은미 한대수 SG워너비 안치환 마야 등 대중음악의 스타들까지 죄다 나온다.
국악축전조직위원회는 이 행사를 통해 오늘의 국악, 새로운 음악을 생산하려는 노력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이번에 나오는 공식음반은 신해철 이상은 비바소울 한영애 클래지콰이 김현철 나윤선 여행스케치 달파란 등 대중가수들과 피아니스트 박종훈에게 의뢰해 만든 12곡의 새 음악을 담고 있다.
축제 일정에는 한국적 정서가 깃든 실험적이고 대중적인 작품을 발굴하는 자리가 될 창작국악경연대회도 들어있다. 청소년들에게는 놀면서 배우는 국악이 되도록 국악 만화와 국악 애니메이션 비디오를 전국의 학교와 도서관, 복지시설에 배포하며, 국악 애니메이션은 공연마다 1, 2편씩 상영한다.
공연은 전부 무료다.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데는 좋겠지만, ‘국악은 공짜로 본다’는 잘못된 생각을 퍼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세한 정보와 관람권 신청은 국악축전 홈페이지(www.gugakfestival.or.kr)에서. 문의 (02)760-4696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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