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꼽는 중국 사상사학자 리쩌허우(李澤厚ㆍ75)의 역작인 중국 사상사 3부작이 한길그레이트북스로 국내 출간됐다. 번역은 정병석(영남대) 임춘성(목포대) 김형종(서울대) 교수가 각각 ‘중국고대사상사론’ ‘중국근대사상사론’ ‘중국현대사상사론’을 맡았다.
1979년에 가장 먼저 나온 ‘중국근대사상사론’은 50년대 저자 자신의 캉유웨이(康有爲), 탄쓰퉁(譚嗣同) 연구를 근대사 전반으로 확대한 것이다.
그때까지 수십 년 동안 비판 받아온 왕구웨이(王國維)와 량치차오(梁啓超)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이 눈에 띈다. ‘중국고대사상사론’에서는 자신의 독특한 미학이론인 침적설(沈積說ㆍ사회, 이성, 역사현상이 쌓여 개체의 감성, 직관적에 녹아든다는 이론)을 고대사상사에 적용해 중국인의 문화ㆍ심리구조의 전개과정을 탐색했다.
공자의 유가사상에 쏠렸다는 비판도 있지만 문화대혁명 당시 보수반동으로 매도된 공자를 중국 문화의 대명사로 과감하게 복권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저작이다.
도서출판 들녁에서도 중국 전통사상과 중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리쩌허우의 고민을 담은 ‘학설’(노승현 옮김)을 냈다. 유가와 법가를 중심으로 중국 고유의 정치체제와 통치 이데올로기를 분석하거나 신좌파와 자유주의 논쟁을 평가한 에세이 5편을 묶은 책이다.
리쩌허우는 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 이후 미국으로 망명해 콜로라도대 객원교수를 지냈고, 지금은 중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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