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점에서 비디오테이프나 만화책을 빌려본 뒤 반납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이와 관련한 고소사건이 급증하는데 판례가 없어 고민하던 검찰이 해답을 내놓았다. 결론은 처벌할 수 없다는 것.
한국대여업중앙회는 미반납 비디오테이프와 만화책이 갈수록 늘어 대책 마련에 부심해 오다 올 5~7월 고소장을 대거 검찰에 제출했다. 중앙회는 ▦이사를 갔거나 ▦불어난 연체료를 떼먹기 위해서나 ▦분실ㆍ훼손해 반납하지 않는 사람 등 100여명을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이 중 30여건을 배당 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석동현 부장검사)는 법리 검토와 내부 회의를 거쳐 무혐의 처분키로 1일 결정했다.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불법 영득(領得)의사(불법으로 남의 재산을 취득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빌린 후 반환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불법영득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결정을 모든 검사에게 통보, 유사 사건을 이에 따라 일률적으로 처리키로 했다.
한 검사는 “‘대여 기일을 지키지 않으면 연체료를 부담한다’는 약정을 하고 빌렸다가 나중에 어떤 사정이 생겨 반환하지 않는 게 대부분”이라며 “이를 횡령죄로 다스리는 것은 가혹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1만~2만원짜리 대여물 미반납자를 일일이 형사입건 하거나 소재불명을 이유로 지명수배하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그러나 “이번 결정은 형사사건에만 해당할 뿐 민사상 책임까지 피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면서 비디오테이프나 만화책 등을 대여하는 이용자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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