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시사 발언을 계기로 개헌론이 열린우리당에 은근히 퍼지고 있다. 그 동안 국정우선이라는 명분 때문에 개헌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됐지만, 이제 개헌은 더 이상 은어(隱語)가 아니다. 더욱이 계파별로 개헌의 내용과 방향에 대한 편차마저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개헌 논의에 가장 적극적인 계파는 유시민 의원을 주축으로 하는 참정연이다. 유 의원은 “개헌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광철 의원도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선거구제 개편보다는 권력구조 개편논의가 훨씬 더 수월하다”고 말했다. 뚜렷한 대권후보가 없기 때문인지 참정연은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포함한 내각제에 다소 기운 분위기다. 참정연은 일단 결론을 내리지는 않고 있으며 2일부터 1박2일간 워크숍을 통해 입장을 정리한다.
대선주자 진영은 대체로 대통령 중심제를 보완하는 쪽에 마음을 두고 있다. 그리고 지금 개헌논의로 판을 뒤흔들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며 10ㆍ26 재ㆍ보선 결과를 보고 논의해도 빠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의 재야파는 내각제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이다. 이인영 의원은 “선거구제 개편논의가 시작되면 결국 개헌논의로 귀결될 것이지만 지역구도 심화 가능성이 큰 내각제보다 정ㆍ부통령제나 4년중임 대통령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측근 의원들은 일단 신중한 자세다. 바른정치모임의 이강래, 김한길 의원 등은 “결국 개헌 논의가 이루어지겠지만 10월 재ㆍ보선 이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 방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민병두 의원도 “개헌론이 제기되면 선거구제 문제가 묻힌다”며 성급한 논의를 경계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내각제를 지역구도 극복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아 내각제에 소극적인 당내 기류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문병호 의원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에는 내각제가 맞다”고 말했고, 김동철 의원도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도 검토할 때가 됐다”며 이 같은 기류의 변화를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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