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는 아프리카로 간 게 아니었다/ 마르야레나 렘브케 지음. 이은주 옮김. 시공주니어.
▲ 아버지와 딸/ 미카엘 듀독 드 빗 글, 그림. 노경실 옮김. 새터.
TV의 가족 찾는 프로그램에서 한 해외입양아가 말했다. 밤하늘의 달을 볼 때 자기를 낳아준 엄마도 어디선가 저 달을 볼 거라고 생각하면 더욱 가족이 그리웠다고. 지구 반대편에 나누어진 자식과 부모를 이어줄 끈으로 구체적인 기억 하나도 갖지 못해 달만 봐야 했던 그의 그리움이 그렇게 아득하면서도 절실하게 와 닿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가족을 떠나버린 아이에 대한 책이 눈에 들어온다. ‘아빠는 아프리카로 간 게 아니었다’의 아빠는 주인공 유하니가 일곱 살 때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떠났다. 아빠가 단 한 번 보낸 사자 사진이 들어있는 엽서를 받은 뒤로 유하니는 아빠가 아프리카에 있다고 확신한다. 유하니는 현관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만 나도, 초인종이 울리지 않아도 문으로 달려 나간다. 아빠 목소리가 들린 것 같기 때문이다.
아들은 늘 아빠가 돌아와 마주하는 꿈을 꾼다. 꿈에서의 만남은 항상 반가웠는데, 어느 날 유하니는 너무 늦어서 마음에서 지워버렸다며 아빠에게 등을 돌린다. 아빠는 아직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지만 아들은 할리 데이비슨을 단서로 아빠를 찾아 나선다. 기회도 만들어보지 않고 등을 돌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들의 상상에 존재하는 아빠는 흰 양복을 입고 탱고를 멋지게 부르는 가수거나 아프리카에서 슈바이처처럼 봉사를 하는 멋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실제의 아빠는 초라하다. 유하니의 친구 밀리아는 그런 아빠가 부끄러워서 못 돌아오는지도 모른다고 일깨워준다. 어느 날, 오토바이가 집 앞에 멈추고 현관문을 여니 아빠가 서 있다.
‘아버지와 딸’은 그림책이고 그래서 내용은 매우 함축적이다. 네덜란드의 간척지에서 “잘 있거라, 아가야.” 란 말만 남기고 노를 저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진 아버지. 계절이 바뀌고 여러 해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
딸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이가 많이 들어 손주도 본다. 사는 동안 행복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간간이 제방으로 가본다. 어느 날, 제방 너머 옛날에는 물이었으나 지금은 갈대밭이 된 곳을 지나 앞으로 더 걸어가 작은 배 한 척에 몸을 누인다. 갑자기 주위가 변하고 그녀는 일어나 달린다. 아버지에게 뛰어가는 딸은 젊은 모습으로 변한다.
두 책 모두 아버지가 왜 집을 떠났는지 밝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행동을 판단하지도 않는다. 아들의 마음과 딸이 자라고 나이 들어가는 모습, 또 그들의 성장에 힘과 웃음을 주는 친구와 친척을 묘사할 뿐이다.
가족이란 그런 것인가. 가까이 있으면 끈끈한 감정이 뒤얽혀 힘들기도 하지만 헤어져 있는 세월이 길수록 사랑은 더 절절해지는.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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