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반기술연구소의 김현탁 박사팀이 부도체(절연체)인 옥화바나듐에 미세 전압을 가해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캐빈디시 석좌교수였던 네빌 F. 모트가 1949년 밝힌 ‘금속_절연체 전이(MIT) 가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전기적 성질이 반도체와 다를 바 없는 ‘모트 절연체’는 반도체보다 1만~10만 배나 전류가 잘 통한다고 한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모트 절연체’의 실용화 가능성을 확인한 김 박사팀의 연구 성과는 기억 소자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과학기술 발전의 증표이자 잠재적 경제 가치까지 크다는 점에서 특히 반갑다. 연구팀의 노력을 평가하며 그 성과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이번 성과를 진정한 ‘노벨상급’으로 끌어 올리고, 그 잠재적 가치를 실현ㆍ확보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비결정질 고체의 전기전도 현상 자체는 특별히 새로운 것이라고 하긴 어렵다.
또 세계적으로 비슷한 연구가 수없이 이뤄졌지만 결정적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은 일반 환경에서 안정적 ‘모트 전이’를 확립하는 데 실패했거나,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때문이다. 연구팀이 앞으로 이런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안정적 기술만 확보하면 고효율 ‘모트 트랜지스터’를 비롯한 고출력ㆍ초소형 신소자 개발로 날로 소형화하는 전자기기에 대응할 수 있다. 최대 10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미래 첨단소재 시장을 시야에 넣은, 국제 표준화 경쟁 지원 등 정부의 할 일도 많다.
다만 과학기술 성과를 두고 ‘세계 최초’니 ‘노벨상급’이니 하며 마구 흥분하는 ‘과학 선정주의’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분한 연구환경 조성을 위해 국민도 할 일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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