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이 공기 좋은 강원도 홍천까지 가서 싸우다가 왔다. 당 혁신안 때문이다.
하늘색 티셔츠로 복장을 통일한 의원들은 30일과 31일, 1박2일에 걸쳐 단일 주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10시간을 오로지 혁신안 토론에 할애했다. 소속의원의 절반 가까운 50여명이 차례차례 단상에 나와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제2창당 수준의 혁신을 하겠다’는 명분 아래 혁신위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 2월. 의원 20명이 머리를 맞대 안을 만들었고 공청회만 6차례나 했다. 혁신이란 주제를 놓고 거의 7개월 동안 고심한 셈이다. 이 정도 시간과 노력이 투자됐다면, 뭐라도 만들어낼 만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막판에 보여준 것은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광경이었다. 지금까지의 토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한 의원은 “혁신안은 사기”라고까지 했다. 그 여진은 1일에도 계속됐다. 서울로 돌아온 의원들은 혁신안을 두고 또 싸웠다.
왜 이런 괴상한 광경이 벌어진 것일까. 한나라당 의원들이 당 혁신보다는 당내의 차기 대권구도가 어떻게 짜여지느냐에 더 관심을 갖고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의원들은 혁신안의 내용보다는 혁신안의 시행 시기에 골몰했다. 전당대회 시기가 1월이냐, 7월이냐에 따라 박근혜 대표가 내년 6월의 지방선거를 책임지고 치르느냐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친(親)박과 반(反)박 세력은 한치의 양보 없이 대립했다. 복장은 같았지만 간극은 뚜렷했다. 의원들은 귀는 닫고 입만 열었다.
솔직히 국민은 한나라당의 혁신안 각론엔 관심이 없다. 다만 늘 혁신하겠다고 말하면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싸우기만 하는 야당을 서글프게 바라볼 뿐이다.
이동훈 정치부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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