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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안보환경 변화에 눈돌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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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안보환경 변화에 눈돌릴때

입력
2005.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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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8일부터 25일까지 ‘평화의 사명 2005’로 명명된 중국과 러시아의 연합군사훈련이 블라디보스토크와 산둥반도 주변 해역 등에서 실시되었다. 훈련의 양상, 훈련에 임하는 양국의 공동전략 등을 살펴볼 때 이 훈련은 21세기 동아시아 안보 질서의 분수령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지금까지 중국과 러시아는 개별적으로는 중국 본토와 극동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해 왔다. 중국의 경우 대만위기를 상정하여 잠수함에 의한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이나 동해, 남해, 북해 등 3개 함대가 총동원된 해상봉쇄훈련, 그리고 육해공 3군이 참가하는 대규모 합동훈련 등을 매년 실시해 왔다.

러시아의 경우에도 21세기 접어들어 대 테러작전을 표방하면서 태평양함대가 오호츠크와 베링해 해역에서 대규모 해군훈련을 실시하였고, 작년에는 우랄 군관구의 육해공 병력을 극동 연해주지역으로 신속 전개하는 대규모 기동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런 양국이 이번에는 육해공군 실 병력 1만 여 명이 연합 참가하여 해상봉쇄 및 상륙작전을 포함한 최초의 공동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중ㆍ러 최초 공동 군사훈련

애초에 이 훈련은 2004년 후반기부터 러시아측에 의해 중국측에 타진되었다. 그러다가 올해 3월에 유리 발루예프스키 러시아군 참모총장이 량광례(梁光烈) 중국군 총참모장을 방문하여 훈련 지역과 참가부대 등에 대한 대체적인 윤곽에 합의하면서 본격적으로 준비되었다.

이 시점은 공교롭게도 미국과 일본이 2004년 12월의 방위계획대강 결정과 2005년 2월의 미일 양국 공통전략목표 발표 등을 통해 중국의 군사현대화에 대한 경계심을 표명하고 양국간 동맹관계를 강화하던 시점과 일치한다.

중러 양국은 이 훈련이 국제적 테러리즘과 분열주의 세력 등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하였지만, 훈련의 예봉은 미국이 주도하는 21세기 국제질서 구축의 움직임을 견제하는데 맞추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7월1일,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후진타오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모든 주권 국가들이 국제질서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일방적인 행동은 회피 되어야 한다는 공동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6월2일, 중국과 러시아는 인도까지 끌어들인 3국 외상회담에서 세계의 다극체제에 대한 공동의 이익을 갖고 있음을 공표하였다. 이런 정황을 종합한다면 이번의 중러 연합훈련은 21세기 미국의 세계전략과 그에 편승하는 일본의 안보역할 확대를 견제하고, 이 지역 내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존재를 시위하기 위한 전략적 목적을 갖고 거행되었다고 여겨진다.

미국의 훈련참관 요청이 거부당한 사실, 연합훈련이 상하이협력기구 가맹국들까지 포함하여 정례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나아가 10월에 러시아와 인도의 연합훈련이 연속적으로 인도 지역에서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 등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증빙 자료라고 할 것이다.

●잠재적 위협 다각 대비를

대륙세력 대 해양세력간 군사대립의 노정화는 북한 핵 문제 해결 및 한반도 평화질서 구축을 희망하는 우리의 국가목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신 냉전체제의 도래가 한반도에서 첨예하게 충돌할 잠재적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위험성을 예방하고 우리의 국가목표 달성을 도와줄 수 있는 외부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상호 안보 대화와 군사적 신뢰 구축의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훈련에의 참관 요청과 군사적 투명성 제고를 지속적으로 제기하여야 한다.

나아가 한미 동맹 관계를 전략적으로 재조정하고, 냉각된 한일 관계 개선도 도모하여 한반도 평화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우호적인 국제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국내 정치와 과거사 문제에 얽매인 듯한 우리의 시야를 세계의 지각 변동과 그에 따르는 미래의 과제들로 돌려야 할 때이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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