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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內 사형제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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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內 사형제 논쟁

입력
2005.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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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 존폐를 둘러싸고 개신교가 신학 논쟁에 휩싸였다.

보수적 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최근 세미나와 성명서 등을 통해 사형제의 존치를 주장한데 대해, 이미 1998년부터 사형제 폐지운동을 벌여온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이 반박하고 나서고, 이에 대해 다시 한기총의 재반박 성명이 이어지는 등 교계 차원의 사형제 존폐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19일 한기총 주최로 열린 ‘사형제도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 세미나.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주제발표 등을 통해 “인간 생명 존중을 위해 사형제도는 유지돼야 하며 사형 폐지론은 성서적이지 않다”고 결론 지었다.

한기총은 지금까지 사형제에 대한 견해를 낸 적이 없으나, 이번 정기국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논란이 될 것으로 보고 차제에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교계의 논쟁답게 양측 모두 성서(聖書)에 나타난 하나님의 뜻을 논거로 하고 있다.

한기총 측이 제시하는 성경구절은 먼저 창세기 9장6절 ‘무릇 사람의 피를 흘리면 사람이 그 피를 흘릴 것이니 이는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지었음이니라’는 구절이다.

이는 인간이란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고귀하고 존엄한 존재이므로, 어떤 사람이 고의로 다른 사람을 죽였을 경우에는 하나님께서도 사형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한기총 측의 주장이다. 로마서 6장23절 ‘죄의 값은 사망이라’도 이 같은 하나님의 뜻을 명확히 하는 구절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하나님의 법에 비춰볼 때, 엄격히 규정된 (인간의) 법에 따라 사형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합당한 벌을 주는 것은 국가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한기총은 다만, 오심에 의한 억울한 사형을 막기위한 사법부 등의 노력을 전제로 했다.

사형을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는 사형보다도 더 잔인한 형벌”이라는 이유로 반대를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KNCC는 “오히려 반(反) 성서적인 궤변”이라고 반박한다. 이들은 마태복음 5장에 나오는 ‘네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는 구절을 사형 불가론의 근거로 든다.

더욱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면서도 하나님께 자신을 죽인 자를 용서해달라고 한 사실을 음미해볼 때 사형제도는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KNCC는 반박성명에서 “극악무도한 흉악범의 생명이라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존엄, 즉 생명권은 박탈될 수 없다”면서 “‘하나님께서도 성경에 사형을 인정하셨으므로 사형제도는 성서적’이라는 한기총의 주장은 성서문자주의적, 그것도 단편적 이해이며, 하나님의 뜻을 온전하게 깨닫지 못한 무지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모두 성경에 근거한, 따라서 쉽게 결론을 낼 수 없는 양측의 논쟁은 정기국회 사형제폐지법안 처리 과정에서 더욱 첨예하게 불붙을 전망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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