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단축’ 발언이 여당에 강력한 충격파를 미치고 있다. 정기국회 등을 의식, 대통령 발언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은 별로 없지만 당 저변의 불만과 반발기류는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때문에 당 내엔 ‘친 연정파’와 ‘반 연정파’의 분열상마저 감지되고 있다.
386, 호남출신, 재야파의 비판 연정론에 가장 비판적인 그룹은 386 소장파 그룹. 송영길 김영춘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송 의원은 30일 청와대 만찬석상에서 연정반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31일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송 의원은 “대통령과 생각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남북관계와 경제회복 등 문제가 있는데 지역구도 해소에만 매달릴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영춘 의원도 “모든 문제가 지역갈등에 있는 것처럼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대통령의 임기단축 발언도 이를 접한 뒤 걱정하고 불안해 할 국민에 대한 고려는 없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호남 출신인 강기정 의원은 “대통령 이야기가 옳은지 그른지를 점검해봐야 하고, 당은 당대로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입법을 추진하면 된다”고 대통령 발언에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재야파인 우원식 의원은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핵심 지지층의 이탈은 당 정체성에 맞는 민생정책을 내놓지 못해서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재야파 의원도 “절망적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정치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친노 직계와 개혁당파는 지지 친노 직계 의원들과 개혁당 출신들은 대통령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친노 직계가 주축이 된 의정연구센터 소속인 이화영 의원은 “새로운 정치문화가 만들어진다면 (대통령이) 임기에 연연해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대통령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의정연은 조만간 전체모임을 갖고 연정 현실화를 위한 대책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연에는 이광재 서갑원 한병도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또 유시민 김태년 의원 등 개혁당파가 주축이 된 참여정치실천연구회는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문제를 자체 연구하면서 민노당과의 연대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문희상 의장과 정세균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대통령을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들은 침묵 당내 대권주자인 정동영 통일, 김근태 복지부 장관 등은 한결 같이 말을 삼가고 있다.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이강래 의원은 “대통령이 모든 것을 걸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확인한 자리였으나 연정 문제는 상대가 있는 것이고 야당과 여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발을 뺐다.
정 장관의 측근도 “정 장관은 (연정에 관해) 침묵하고 있는 게 아니라 업무에 충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전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이해찬 총리 역시 마찬가지다. 사안의 폭발성과 여론의 향배 등을 감안한 처신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당 내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민병두 의원은 “야당이 정치개혁에 합의할 경우 조기 대선과 총선이 함께 치러질 수도 있다”고 점쳤고, 정봉주 의원은 “대통령이 말하는 정치개혁은 내각제 개헌이며, 대통령이 탈당한 뒤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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