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자 중과세를 통한 투기수요 억제와 주택수요 고급화에 부응하는 중ㆍ대형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하는 ‘부동산 종합처방’이 2개월여의 작업 끝에 어제 발표됐다. 그제 나온 주택담보대출 요건 강화를 포함하면 이번 대책은 세제 금융 수급 등 세 방향을 포괄하는 것으로서, 서민주거 안정과 함께 투기세력 근절 및 초과이익 환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성안 과정에서 중구난방식으로 터져나왔던 무모한 발상과 당정 고위인사들의 전투적 발언에 비춰보면, 최종안은 전문가들의 우려와 중산층의 걱정을 상당부분 반영했다고 평가되고 정책의 당위성과 합리성 측면에서도 충분히 긍정적이다.
그런 만큼 정부에 주문할 사항은 대책의 내용을 재차 세련되게 가다듬어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는 한편 건설경기 위축 등 예상되는 부작용을 찬찬히 챙기라는 것이다.
우선 이번 대책은 특정 지역 혹은 계층을 겨냥한 때려잡기가 아니라 머니게임의 무대로 전락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해 ‘배아픔’과 ‘배고픔’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입안자들이 ‘기득권의 저항’이니 ‘진정한 개혁과 사이비 개혁을 가르는 분수령’이라느니 등의 편가르기식 언행을 일삼는 것은 정책의 성격이나 일관성을 오히려 훼손한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부동산 해법의 취지나 진정성이 아무리 좋더라도 제도로서 입법화되지 않으면 시장의 혼돈을 낳고 그 틈새를 노린 ‘투기예비군’ 대열을 더욱 키운다는 점이다. 이해와 동의를 얻기보다 여론을 앞세워 야당을 압박하거나, ‘대연정’ 등의 소모적 논쟁으로 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아울러 조금씩 살아나는 경기회복의 불씨가 자칫하면 사그라들 수 있다는 지적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왜곡된 자원배분을 합리화하는 수단인 부동산 정책이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투자-생산-소득-소비의 선순환 고리의 선순환이 제대로 작동해야 정책수단이 다양해지고 운신의 폭도 넓어진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경제고 뭐고 없다고 했지만, 경제가 꺼지면 부동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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