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186명을 포함, 331명의 생명을 앗아간 러시아 남부 북오세티야 자치공화국의 베슬란 학교 인질사건이 1일로 1년을 맞았다. 러시아 공립학교는 이날 묵념으로 새 학기를 시작했으며, 3일까지 모스크바 등 곳곳에서 추모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창졸 간에 자식과 가족을 잃은 베슬란 주민들은 “무책임한 진압작전으로 엄청난 희생을 초래한 정부 당국이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며 여전히 당시의 참상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9월 1일 오전 신학기 입학식이 열리던 베슬란 1번 공립학교에서 발생했다. 자살 폭탄벨트를 몸에 두른 32명의 체첸 반군들은 동료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1,100명이 넘는 학생, 학부모 등을 인질로 붙잡았다. 정부와의 협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3일 오후 대규모 폭발음과 함께 진압군이 투입돼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인질들이 몰려 있던 체육관 천장이 무너지는 대규모 참사로 이어졌다.
러시아와 북오세티야 정부는 체육관에서 갑자기 폭발이 일어나 어쩔 수 없이 진압군을 투입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베슬란 어머니회’를 포함한 베슬란 주민들의 주장은 완전히 다르다. 인질범 중 유일한 생존자인 누르파시 쿨라예프가 “발에 폭발물 도화선을 묶고 있던 동료가 군 저격병의 총탄을 맞고 쓰러지면서 폭탄이 터진 것”이라고 증언한 것을 들어 정부 발표가 거짓이라는 것이다. 또 30명이 넘는 많은 체첸 반군들이 국경을 넘어 고성능 폭발물을 반입하는 것은 내부 비호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법정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인 이들은 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면담할 예정이다.
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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